[와이파일] '70원짜리 스티커로 군 보안'...국방부 "군 전용 스티커 보급"

[와이파일] '70원짜리 스티커로 군 보안'...국방부 "군 전용 스티커 보급"

2019.01.28. 오후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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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70원짜리 스티커로 군 보안'...국방부 "군 전용 스티커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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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70원짜리 스티커로 군 보안'...국방부 "군 전용 스티커 보급"


병영 내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부대 내 풍경을 확 바꿔놓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사회와 떨어져 생활하는 청년들에게 분명히 반가운 소식입니다.

국방부가 장병들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
● 예전에는 인터넷 PC가 한정돼 있다 보니까 제한적이었던 가족, 지인들과의 소통이 예전보다 잘 되고,
● 자기 계발이나 구직 활동에 있어서도 보다 많은 시간을 보다 깊이있게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등이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다만, 국방부는 군사 보안을 위해 지난해 두 차례 시범 사업을 거치면서 병사들에게 카메라와 GPS 기능을 제어하는 범용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군 전용 '기능 제어 앱'을 개발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내로 개발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국방부는 앱 개발 전까지는 '보안 스티커'로 카메라를 가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 녹음 기능과 GPS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안 규칙을 어길 경우에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 하에 엄정하게 조치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보안 규칙만으론 부족하다는게 취재 현장에서 만난 병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런 의견 중 일부를 소개하면:

●A병사: 일단 보안 스티커가 자주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병영 내에서 장병들이 스티커보다는 '기능 제어 앱'으로 물리적으로 기능을 제한해주는 게 좋겠습니다.

●B병사: 군사 기밀 관련 보안 사고가 많이 일어납니다. 부대 위치라든가 부대 장비를 찍어서 자기 딴에는 이걸 친구들한테 보여주려고 페이스북 같은 데 올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C병사: 기능 제어 앱으로 제한하는 게 낫습니다. 스티커는 활동하다가 떨어지면 부담스럽습니다. 스티커 떨어져도 감지도 안 됩니다.

●D병사: 보안 스티커를 뗀 다음에 부대 안에서 스티커를 구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E병사: 보안 스티커 접착력이 별로라 종종 떨어져서 귀찮습니다.

●F병사: 공기계를 내놓고 다른 폰을 쓰다가 걸린 경우도 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병사 12만 명이 병영 내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4월에는 병사 38만 명으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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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스티커는 떼면 흔적이 남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스티커는 군 전용 스티커가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단돈 70원이면 구할 수 있는 일반 제품이라서 사실상 '보안성'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지만 국방부는 병사들이 자발적으로 군 영상 보안을 잘 지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안 스티커를 떼었는지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국방부에 문의해보니, 부대별로 상황이 달랐습니다. 통합 보관하는 부대의 경우에는 휴대폰이 들어왔는지 확인을 해야 하니까 제대로 이뤄지는 편인데, 개인 보관하는 부대의 경우, 현실적으로 꼼꼼하게 확인하는지 장담하기 어렵고, 관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YTN 보도는 무엇보다 국방부의 모순적인 행정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해 두 차례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선 지휘관들 사이에선 보안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방부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카메라와 GPS 작동 자체를 차단하는 ‘기능 제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앱이 완성되기도 전에 병사들에게 스스로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인정한 ‘보안 스티커’를 지급함으로써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국방부는 YTN 보도 이후 사실상 준비 부족을 시인하고, 시중에선 구할 수 없는 군 전용 보안 스티커를 이번 주말까지 별도로 보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와이파일] '70원짜리 스티커로 군 보안'...국방부 "군 전용 스티커 보급"


'기능 제어 앱'의 월 사용료도 문제입니다. 월 600~800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일단 국방부가 아닌 병사 개인이 매달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올해 국방부 예산에는 '기능 제어 앱'의 월 사용료는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또, 장병 전용 요금제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시범 운용 실태 조사 결과, 병사들은 한 달에 적게는 4~6만 원의 요금제를 쓰고 있었습니다. 국방부는 월 3만 원 정도의 장병 전용 요금제를 신설하기 위해 통신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처 결론이 나오기 전에 스마트폰 사용이 확대되면서 장병들이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도 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군 내부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장병 전용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준비가 늦어지면서 국방부는 지난달 말에야 부랴부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용 요금제 신설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병사들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끌수록 더 큰 이익을 보게 되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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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금까지 군사 자료가 유출되는 등의 악성 사고는 없었고, 또 문제점이 나타나면 꾸준히 보완해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앞으로도 여러 차례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진행할 예정인 만큼 졸속 추진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제도적으론 국방 보안 업무 훈령을 개정하고, SNS와 관련된 훈령을 새로 제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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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보도는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 자체가 군사 보안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병영 문화 혁신을 위해 부대 내 휴대전화 사용 허용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을 지키는 군은 ‘유비무환’의 자세로 위험 요인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군이 철저한 준비 하에 병영 문화 혁신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자세하게 보도하겠습니다.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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