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이슈] 북핵 폐기를 향한 마지막 쟁점들

[뉴스앤이슈] 북핵 폐기를 향한 마지막 쟁점들

2018.05.14.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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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다음 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는데요. 몇 가지 사항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북한이 사용한 용어에 대한 부분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발표 내용 들어보시지요.

[조선중앙통신 :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의식은 5월 23일부터 25일 사이에 일기 조건을 고려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북한은 이번 의식에 '폐기'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폐쇄'와 '폐기'의 뜻이 전혀 다르며 북측이 사용한 단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 흔히 이건 북한 핵과 관련해서 폐기, 폐쇄는 완전히 다른 용어입니다. 폐쇄라는 것은 일종의 뭡니까? 자물쇠를 잠그고 인적 접근을 금지하는 이것이 폐쇄입니다. 이건 상당히 낮은 단계입니다. 그런데 폐기라는 것은 일종의 해체를 포함한 다시는 쓸모 없도록 하는 거거든요.]

아직 북미 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왜 북한은 미리 '폐쇄'나 '봉인' 후에 단계적인 폐기가 아닌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일까요?

전문가는 '속도'에 주목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안에 성과를 내야 재선을 노려볼 수 있고, 북한 역시 앞으로 2년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동엽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북한이 향후 돌아오는 2020년, 2021년에 5개년 계획을 마무리 지으면서 제8차 당대회를 하지 못한다면 김정은 정권이 상당히 어려워지는 부분입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올해 2018년을 경제에 매진해서 어떤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면에서 어떻게 보면 제재 해제가 가장 중요한 면이고, 그러한 제재 해제를 이번 2018년에 받아내기 위해서, 완화까지 받아내기 위해서 상당 부분 자신들의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이런 행동들을 과감하게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도 미국도 모두 빠른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과감한 결단들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그렇다면 핵실험장 폐기는 어떻게 이뤄지게 될까요?

먼저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들은 폭발시키고 입구를 완전히 폐쇄한 뒤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 설비들과 연구소, 경비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북한은 설명했습니다.

1차 핵실험을 한 1번 갱도, 2차에서 6차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 그리고 남아 있는 3, 4번 갱도까지 모두 폐기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경비 인원과 연구원 철수까지 언급되고 있습니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 : 1차로는 지하 갱도를 폭파시키는 거죠. 그다음에 2차로는 갱도 입구가 4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 입구도 폭파시키고, 그다음에 가까운 주변에 있어서 관측동, 관측하는 건물 있지 않습니까. 그다음에 연구동, 관리동, 또 경비동 이런 건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건물들도 모두 철거하고 사후에는 거기에 건물에 있던 인원도 모두 철수해서 완전히 지상에서 핵실험장 주변은 폐쇄하는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으로 봤을 때 아마 불능화의 시작 단계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북한은 판문점 선언대로 비핵화를 향한 실제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변수가 존재합니다.

핵실험장이 정말 완전히 폐기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 초청되지 않은 부분인데요.

김주환 기자의 분석입니다.

[기자]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은 모두 6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북한 핵 무력 개발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비핵화 의지를 이행하겠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와 미 백악관이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도 이런 배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은 핵 실험장을 폐쇄할 때 당초 예상과는 달리 국제원자력기구, IAEA 등 전문가들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방문할 경우 지금까지 6차례의 핵실험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전문가그룹 초청 자체가 실질적인 핵시설 사찰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이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핵시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사찰과 그에 따른 추후 검증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 있어서 핵심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능력이 노출되면 비핵화 협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진무 / 세종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 국제원자력기구나 외부로부터의 전문가 집단을 초청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 사찰과 검증 문제는 앞으로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합의해 의해 이행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핵 전문가 그룹에는 갱도나 폭파 전문가들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폭파 방식으로 갱도를 폐쇄하겠다는 북한의 발표에 따라 이들이 직접 폭약의 양과 폭약 설치 위치를 파악할 경우 보여주기식 폐쇄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핵실험장은 갱도 입구가 막혀도 전체를 폭파하지 않는 한 간단히 복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YTN 김주환입니다.

[앵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각국의 치열한 수 싸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폐기하면 미국의 민간투자가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포함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폐기방식까지 언급했습니다.

김영수, 김기봉 두 특파원의 보도 잇따라 보시겠습니다.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한 것은 좋은 뉴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 美 국무장관 : 좋은 뉴스입니다. 미국민에 위험을 줄 수 있는 북한의 모든 실험장이 제거되고 폐기되는 게 미국민과 세계에 좋은 뉴스입니다.]

이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어떤 보상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민의 세금을 지원할 수 없지만, 민간 자본의 대북 투자는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제재를 풀겠다는 뜻으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언급한 대북 경제 지원 약속을 구체화한 겁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 미 국무장관 : 미국 민간 자본이 전력망 구축을 도울 겁니다. 북한과 협력해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필요한 모든 것들, 그들이 고기를 먹고 건강하게 살도록 미국의 농업 기술이 북한을 지원할 겁니다.]

다만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 단계별 보상 방식은 과거 실패를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 美 국무장관 : 우리는 한때 북한과 거래를 한 적이 있습니다. X 를 주면 Y를 주는 방식이었는데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그것을 알고 있고 이번 협상은 다르고, 크고 특별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미국이 원하는 대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뉴욕에서 YTN 김영수입니다.

[기자]
북미 정상회담 전략의 한 축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폐기가 완전히 이뤄지기 전엔 어떤 보상도 없음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존 볼턴 / 美 국가안보보좌관 :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 이게 반드시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어떤 이익이 흘러 들어가기 전에 그것이 반드시 이행돼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북한이 폐기해야 할 대상도 다시 언급했습니다.

이미 개발된 핵무기와 ICBM뿐 아니라 재처리 시설은 물론, 생화학무기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존 볼턴 / 美 국가안보보좌관 : (북한이 말해온 핵무기뿐 아니라)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ICBM과 생화학 무기까지 포함됩니다.]

나아가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습니다.

핵무기와 핵시설을 폐기해 그것을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존 볼턴 / 美 국가안보보좌관 : 핵무기 폐기해서 오크리지로 가져와야 하고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ICBM 관련 시설도 같이 제거해야 합니다.]

오크리지는 미국의 원자력과 환경분리 연구의 중심지로, 과거 리비아가 폐기한 핵시설과 핵물질을 보관한 곳입니다.

결국 '리비아식 해법'을 다시 강조한 셈인데, 카다피 정권의 붕괴로 끝난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북한은 이미 반발을 표명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실제 북미회담에서 어떤 운영의 묘가 발휘될지 주목됩니다.

LA에서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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