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논의 가열...현실성 있나?

전술핵 재배치 논의 가열...현실성 있나?

2017.09.11. 오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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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논의는 물론 한국의 독자 핵무장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에 대한 우려감과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백가쟁명 식으로 전개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논의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왕선택 통일외교 전문기자 연결해서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대해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왕 기자 연결돼 있습니까?

[기자]
네, 왕선택입니다.

[앵커]
우선 정리를 해 보죠. 미국 백악관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한국의 독자핵무장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런 보도가 나왔고요.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전술핵 재배치,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미국이 진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다고 봐야 될까요?

[기자]
그런 보도가 나왔는데요. 그 내용이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이기 때문에 아주 자세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미국은 사실 냉전 종식 이후에 전통적으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 핵무장의 경우도 미국의 국가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안입니다.

우리 정부도 두 가지 방안 모두 장점보다는 단점이 워낙에 많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이런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미국의 진의 무엇인지 우선 파악을 정확하게 해야 하겠습니다마는 현재로서는 백악관 관련 보도의 경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과장이 아닌가 이런 추측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케인 상원의원 발언은 오해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발언을 했는데 심각하게에 해당하는 영어가 시리어슬리였습니다.

이 문제가 신중하게 생각을 한다면 부정적인 언급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긍정적으로 볼지 부정적으로 볼지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있고요.

그렇지만 전체적인 문맥은 매케인 의원 역시 중국을 겨냥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대북 제재 압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 이런 취지로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앵커]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고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 핵무장 이게 말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 부분을 이해를 하려면 두 가지 개념의 차이점을 확실히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설명해 주시죠.

[기자]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전술핵 재배치는 미 국방부가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서 운용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로 전술핵무기를 지급한다는 의미가 되겠고요.

독자 핵무장의 경우는 우리 정부가 직접 핵폭탄을 만들어서 북한이 핵무기 공격을 할 경우 응징 보복하는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는 그런 개념입니다.

[앵커]
차이가 크군요.

[기자]
독자 핵무장은 우리 것이고 전술핵 무기는 주한 미군의 문제입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과 관련해서 한국민의 안보 불안이 크기 때문에 이런 불안감을 완화하는 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 주는 그런 부작용이 있고 또 핵무기 운용은 결국 주한미군이 하기 때문에 기존의 확장억제시스템이라는 차원에 다른 게 거의 없다라는 반론이 많습니다.

그래서 단점이 너무 크다 이런 평가고요. 독자 핵무장 역시 북한에게 맞서서 자주국방 대책을 세운다는 장점은 있는데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똑같고 거기다가 추가로 NPT 체제를 이탈한다거나 우리가 경제 제재를 받아야 되고 한미 동맹도 결과적으로 또 파기될 수 있고 동북아 핵도미노 부담, 이런 부작용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것도 역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미국 백악관이 우리의 독자핵무장을 용인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장점과 단점 계산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 아닐까요?

[기자]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협조한다면 우리의 독자 핵무장을 협조한다면 NPT체제 이탈하는 문제라든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는다든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든가 한미동맹이 파기된다든가 이런 부작용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독자 핵무장은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문제는 해결이 되는데 여전히 다른 문제는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우리가 스스로 파기하고 그래서 이것이 동북아 핵도미노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그런 문제가 있고 그런 상황 속에서 한미동맹이 결국 어떻게 되겠느냐. 굉장히 불투명한 상황이 되겠고요.

무엇보다도 아까 말씀을 드렸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부작용, 똑같습니다.

북한은 지금 현재 한반도의 비핵화 질서를 교란하려는 그런 전략을 피고 있고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관철하려는 그런 전략을 피고 있는데 전술핵무기나 핵무장 모두 다 북한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그런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미국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선결 과제고요. 현재로 봐서는 말씀드린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압박 카드로 좀 즉흥적으로 내놓은 발언이 아닌가 해석되고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유화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공개지적한 바가 있는데 이 유화정책이라는 말은 외교정책에서는 모욕적인 단어에 해당됩니다.

구체적으로 조금 더 과격하게 설명을 드리면 유화정책은 한국말로는 찌질이 정책이거든요.

그런 말을 함부로 우리 대통령에게 할 정도로 좀 즉흥적이고 무분별한 그런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독자 핵무장론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 외교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무지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그런 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즉흥적인 발언이었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반대한다고 이야기는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기자]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미국에게 정말 불편한 옵션이 됩니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에 핵무기 관리를 전술핵무기가 아니라 전략핵무기 중심으로 운용을 해 왔습니다.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경우에 미국은 확장 억제라는 개념에 따라서 캘리포니아나 알래스카에 있는 전략핵무기로 북한을 보복하는 그런 시나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 대기 중인 핵무기가 북한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25분 전후가 됩니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무기가 대응하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핵우산을 포함하는 확장 억제가 적절한 대응이라는 그런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정리를 해 보면 왕 기자께서 말씀하신 전술핵 재배치가 미국에서 나오는 이유가 중국에 대한 압박이다 이게 핵심적인 배경이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걸까요?

[기자]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사실 한국에 핵무기가 배치됐을 경우에 어떤 형식으로든지 가장 좋아할 나라는 북한입니다. 그리고 가장 싫어할 나라가 중국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기정 사실화가 되고 그러면 한국도 경제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고 아니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명분과 실리 면에서 엄청나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또 핵무장을 했을 때 중국 기준에서 본다면 동북아 전략적 균형이 결정적으로 무너지게 됩니다.

그런데 중국은 경제 발전에 투자해야 될 국가 예산이 군사력 강화에 투자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압박 효과는 상당히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봐야 되는데 다만 중국이 미국이 압박한다고 해서 거기에 굴복해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선택할 것이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에 반발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미국도 중국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한번 사용해 보는 것이고 중국의 반발에 따라서 앞으로 이런 것들을 또 소극적으로 대할 수도 있습니다.

이 와중에 중국의 반발로 한국이 감당해야 하는 대가 이것은 현재 사드 보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다 같이 고려하는 그런 차분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사드 보복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왕선택 통일외교 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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