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때아닌 담뱃값 논쟁...속내 복잡한 여야

[취재N팩트] 때아닌 담뱃값 논쟁...속내 복잡한 여야

2017.07.27.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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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치권이 때아닌 담뱃값 논쟁에 휩싸였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담뱃값 인하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인데요,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가 강한 상태입니다.

자세한 내막 알아보겠습니다. 조태현 기자!

결국, 자유한국당이 담뱃값을 내리는 법안을 발의했군요?

[기자]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 등 10명이 발의했는데요, 대부분 4,500원인 담뱃값을 2,000원 내리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담뱃값은 오랫동안 2,500원 수준을 유지해오다 지난 2015년 2,000원이 올랐는데요, 이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겁니다.

대신 2년마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담뱃갑을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담뱃값 인하는 지난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대표의 공약이기도 한데요, 당시 홍준표 후보의 말 들어보시죠.

[홍준표 / 前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 저희가 집권하면 담뱃세를 인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유류세도 절반으로 인하하려고 합니다. 서민을 위해서입니다. (담뱃세 인하 이야기하기 전에 사과해야 합니다. 담뱃세 누가 인상했습니까?)]

그러면서 대선 공약이었던 유류세 인하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집권은 하지 못했지만 책임 정치의 차원에서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논리인데요, 이번 법안 발의에는 대표 발의자인 윤한홍 의원과 강효상, 이채익 의원 등 친홍준표 성향 의원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앵커]
사실 담뱃값은 자유한국당이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 시절에 올렸는데요, 다시 내리겠다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담뱃값을 올리면서 흡연율을 낮춰 국민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4,500원이라는 가격을 두고 논쟁이 거셌는데요, 금연 효과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세수 증대만 유도할 수 있는 수준의 인상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도 인상 직후 판매량이 33억 3천만 갑을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2016년에는 36억 6천만 갑으로, 2014년 소비량의 83.9%까지 판매량이 회복됐습니다.

자유한국당 측은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 세수인 담뱃세만 2014년 6조 9천억 원에서 2016년 12조 4천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며, 담뱃값을 다시 내렸을 때 줄어드는 세수는 4조 8천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서민 부담이 줄어든다는 논리입니다.

[앵커]
하지만 대외적으로 내세운 이유와 실제 속내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평가가 많죠?

[기자]
사실 야당이 정부 세수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담뱃값을 내리자고 주장하는 시점에서 발목잡기 논란을 피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담뱃값 자체가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했던 박근혜 정부와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실질적인 증세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이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는 건 더더욱 명분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증세 추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초고소득층 증세에 대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자유한국당은 결국 증세가 일반 서민에게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담뱃값 인하 카드를 꺼내 들어 전반적인 증세 논의 자체를 견제한다는 심리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내에선 역풍 여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당장 지금까지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정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정우택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만약 담뱃값 인하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면 공약이라고 해도 여론조사를 통해 정말로 담뱃세 인하를 국민이 원하는지 한 번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앵커]
하지만 여당은 물론이고 다른 야당도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시점에서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세수 감소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담뱃값 인하를 집권 여당이 받아들이긴 힘들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연일 자유한국당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추미애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 자유한국당이 자신이 올렸던 담뱃세를 이제 와서 내리자는 발상은 자신들이 내세웠던 담뱃세 인상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하는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속내 역시 복잡하긴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 담뱃값 인상 당시 국민 건강을 핑계로 서민 주머니를 털겠다는 것이라며 인상에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대담집을 통해 담뱃값 등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모양새인데요, 홍준표 대표의 말입니다.

[홍준표 / 자유한국당 대표 : 담뱃세 인상하려고 할 때 그렇게 반대한 민주당이 또 인하에는 왜 반대하고 있는지 그것도 참 아이러니컬한 문제입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만이 아니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문재인 정부 흔들기에 불과하다며 포퓰리즘적 정책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국회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는데요,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증세 추진과 맞물려 한동안 담뱃값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태현[chot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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