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대법관 후보자도 모른 '초·중등생 유학 금지 법규'

[취재N팩트] 대법관 후보자도 모른 '초·중등생 유학 금지 법규'

2017.07.06. 오전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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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열린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조 후보자가 세 자녀를 불법으로 조기 유학을 보냈다고 지적했는데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유학 보내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는 건데, 왜 불법인지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뒷이야기, 국회 취재하는 정치부 조성호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조성호 기자!

어제 조재연 후보자 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 어떤 내용인지 좀 풀어서 설명해주시죠.

[기자]
어제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나온 얘기인데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조 후보자가 세 딸을 조기 유학 보낸 것이 불법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질의 내용 먼저 들어보시죠.

[곽상도 / 자유한국당 의원 (어제) : 우선 후보자의 세 자녀가 초등학교·중학교 단계부터 유학을 갔는데 초·중등교육법 위반이라는 것 인정하시죠?]

[조재연 / 대법관 후보자 (어제) : 제가 그 부분을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곽상도 의원님께서 해당 법 조항을 한번 말씀해주시면 제가 확인을 해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그래픽으로 정리해봤는데요.

함께 보시죠.

조 후보자의 세 딸은 미국에서 유학했거나 지금도 유학하고 있는데요.

지난 1999년에 장녀는 중학교, 차녀는 초등학교를 자퇴한 뒤 2010년까지 유학했고요.

삼녀는 2007년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나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초·중학교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자녀를 자퇴시키고 조기 유학 보내는 것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어서 법을 어겼다는 겁니다.

곽 의원은 여기에 조 후보자가 18년 동안 세 딸의 유학비로만 10억여 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앵커]
초등학생, 중학생이 졸업하지 않고 유학을 가면 안 된다니 실제로 법이 그렇게 돼 있나요?

[기자]
조기 유학 자체가 법에 어긋난다는 것, 의아해하시는 시청자분들 많으실 겁니다.

대법관 후보자도 알지 못했다는 내용이고, 저도 사실은 어제 인사청문회를 취재하다가 처음 알게 됐는데요.

그래서 법 조항을 좀 찾아봤습니다.

역시 그래픽으로 정리했는데, 함께 보면서 설명해 드릴게요.

먼저 초·중등교육법 조항인데, 모든 국민은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해야 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중학교 역시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중학교도 졸업하게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내용도 보실 텐데요.

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이라는 대통령령입니다.

중학교 과정을 마쳐야만 자비를 들여 유학 갈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볼 때는 조 후보자 자녀의 유학은 법에 어긋나는 것은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불법이라고 해도 처벌하는 벌칙 규정은 없는 데다 조기 유학이 적지 않은 현실과도 거리가 있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것이 교육계와 법조계의 지적입니다.

[앵커]
현실과 맞지 않고, 처벌하지도 않는 불법 행위다…. 그런데도 야당에서 대법관 후보자의 자질과 관련해 문제 제기한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아닌데요.

우선 곽상도 의원의 질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법체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대법관이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느냐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알고 있었다면 도덕적 책임이 있는 것이고, 몰랐다면 무지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죠.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어보자면, 이전 인사청문회에서도 제기됐던 문제를 다시 꺼내 든 것이란 건데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 상태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난해 청문회에서 같은 내용이 문제 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문체부 장관인 도종환 당시 민주당 의원이 조윤선 당시 후보자가 지난 2000년 미국 로스쿨에 다닐 때 초등학생이던 큰딸을 조기 유학시킨 것이 불법이라고 지적한 겁니다.

따라서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공직 후보자에게 들이댄 잣대를 당시 여당이던 한국당 의원이 그대로 가져다 문제 제기한 셈이죠.

[앵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어제 마무리됐는데요. 또 어떤 쟁점이 있었나요?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인사청문 위원들의 검증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조 후보자의 아내가 대법관 임명 제청 뒤에 26개월 치 국민연금 미납금을 뒤늦게 냈고, 각종 세금과 과태료를 체납해 여러 차례 차량이 압류되기도 했다는 내용인데요.

조 후보자는 이런 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옳지 못한 일이었다며 청문회장에서 사과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송석준 / 자유한국당 의원 (어제) : 음주운전으로 그래서 면허 취소도 되고 국민연금 미납, 과태료 체납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재연 / 대법관 후보자 (어제) : 고위 공직자가 우선 자기 가정부터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점을 굉장히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말고도 어제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도 함께 열렸는데요.

조금 전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회의가 열려서 박정화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조재연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녀 조기 유학 문제를 보고서에 불법이라고 넣을지를 놓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이견을 조율하느라 잠시 정회됐습니다.

다만 금방 속개를 해서 대법관을 맡기에 자질이 괜찮다 해서 보고서 채택에 동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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