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정치분석] “페이스북 저커버그, ‘가짜 기사’ 퇴출하기로”

[데이터정치분석] “페이스북 저커버그, ‘가짜 기사’ 퇴출하기로”

2016.12.23. 오후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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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정치분석] “페이스북 저커버그, ‘가짜 기사’ 퇴출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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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정치분석] “페이스북 저커버그, ‘가짜 기사’ 퇴출하기로”

- 옥스퍼드 대학, 올해의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 페이스북 저커버그, 가짜 기사 퇴출하기로
- 가짜 뉴스에 속는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일 뿐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 대담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


◇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콘텐츠와 데이터로 정치를 분석해 보는 시간, <데이터 정치 분석>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인 이규창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하 이규창)> 네, 안녕하세요.

◇ 최영일> 오늘은 어떤 주제입니까?

◆ 이규창> 오늘 주제는 ‘가짜 뉴스’입니다.

◇ 최영일> 안 그래도 미국에서는 '가짜 뉴스’(fake news)가 요즘 이슈던데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출처 불명의 가짜 뉴스가 대선에도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죠? 오늘 이걸 주제로 정하신 이유는 역시, 다가올 우리 대선에도 연관이 있을 거라는 뜻인가요?

◆ 이규창> 옥스퍼드 사전을 펴내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올해의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를 선정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 ‘탈 진실’입니다.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국민 투표에서 ‘상식’을 뒤집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주장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선거 결과까지 바꿨는데요. 팩트, 사실에 입각한 논리적인 설명보다 감정에 호소하고 공감을 얻는 주장들, 사실이 아닌 주장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되면 진실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탈 진실’ 사회 현상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바로 ‘가짜 뉴스’의 범람입니다.

◇ 최영일>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선거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다면,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도대체 이 가짜 뉴스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거죠?

◆ 이규창>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대표적인 가짜 뉴스는 '찌라시’입니다. 정치, 경제, 연예 등 다양한 분야의 미확인 정보들이 담겨있는데,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고 일부는 진짜와 가짜가 교묘하게 뒤섞여있습니다. 뉴스를 자주 접하고 분석할 줄 아는 사람들은 찌라시 내용을 알아서 걸러 볼 줄 알지만, 그 판단이 안 되는 일반 사람들에겐 뭔가 숨겨진 진실이 그 안에 있을 것 같고 맹신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소수 사람들이 알음알음으로 돌려봤던 게 '찌라시’라면, ‘가짜뉴스’는 마치 언론사가 보도한 기사인 것처럼 꾸민다는 게 특징입니다. 언론사 이름과 유사하게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조직적으로 가짜 뉴스를 유포하기도 합니다. 가짜 뉴스를 본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냥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SNS에 누가 공유한 걸 우연히 봤는데 이렇다고 하면서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많은 언론사의 기사가 모인 네이버에서 사람들이 기사를 많이 보는데요. 방금 본 기사 어느 매체의 어느 기자가 쓴 건지 물어보면 대부분 기억 못합니다. “그 뉴스 출처가 어디야?” 물어보면 “네이버” 이렇게 답하기도 합니다.

◇ 최영일> 전후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야 내용만 봐도 진짜 가짜 판단이 되지만, 일반인들에겐 뉴스의 진위 판별이 어려울 수 있겠네요. 그래도 과연 얼마나 속을까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가짜 뉴스’ 영향력 어느 정도인가요?

◆ 이규창> 말씀대로 “에이~ 설마~” 하면서 가짜 뉴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던 힐러리 캠프와 언론들이 대선이 끝난 후 ‘가짜 뉴스’ 퇴출하라며 페이스북을 압박합니다. 저커버그가 적극적으로 퇴출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심지어 ‘진짜 기사’보다 더 많이 읽히고 공유된 ‘가짜 기사’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팔았다”는 기사입니다. 이런 의혹이 반대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됐지만 아니라고 부인해왔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위키리크스가 힐러리가 사인한 기밀 문서를 공개했다’면서 드디어 힐러리가 숨겨온 진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하는 가짜 기사가 유포돼 가장 많이 공유됐습니다. 교황이 트럼프 지지 선언을 했다, 힐러리와 IS가 주고받은 이메일에 충격적인 거래 내용이 담겨있어서 이걸 삭제했다, 힐러리의 이메일 유출 사건을 수사하던 FBI 요원이 시체로 발견됐다, 이런 기사들입니다. 심지어 힐러리가 피자가게 뒷방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피자 게이트까지, 허황된 이런 가짜 뉴스에 속은 사람이 피자가게에 총 들고 쳐들어간 사례도 있었습니다. 버즈피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가짜 뉴스’가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분석하기 위해 대선관련 기사들 중에서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거나 공유한 반응횟수 톱 20 기사를 조사해보니까, 대선 6개월 전에는 메이저 언론사의 팩트가 확인된 기사들이 1,200만 건, 가짜 뉴스가 300만 건입니다. 많기는 해도 진짜 기사에 비하면 비중이 낮았습니다. 그런데 4개월 전에는 메이저 언론사 기사 반응이 900만 건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선 직전 3개월은 730만 건 수준으로 더 낮아졌습니다. 가짜 뉴스 반응은 870만 건 수준입니다. ‘가짜’가 ‘진짜’를 이겼습니다. 이 정도 영향력이니, 힐러리 캠프에서는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를 방치해서 선거 결과가 왜곡됐다고 비난했습니다.

◇ 최영일> 가짜가 진짜보다 더 많이 공유되고 퍼 날아가고 그 정도로 심각하군요.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가짜 뉴스는 누가 왜 만드는 건가요?

◆ 이규창> 장난삼아 재미 삼아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퍼트리는 경우도 있지만,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가짜 뉴스’와의 전쟁이 이슈입니다. 메르켈 총리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히틀러의 딸이라는 가짜 뉴스로 떠들썩했던 일을 겪습니다.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소셜미디어에 가짜뉴스를 올려서 난민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이런 가짜 뉴스를 유포해 공포 조장합니다. 선거 결과를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도 짐작됩니다. 또 하나 이유는 ‘돈’이 됩니다. 가짜 뉴스 사이트로 사람들을 방문시켜서 광고 수익을 얻는데 17세 소년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가짜 뉴스에 잘 넘어온다는 걸 알고 가짜 뉴스 사이트를 만들어 한 달에 7천만 원씩 번 사례도 있습니다.

◇ 최영일> 그렇다면, 혹시 한국에서도 이런 ‘가짜 뉴스’사례가 있나요?

◆ 이규창> 세월호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L호텔(롯데호텔) 36층 스위트룸에서 모종의 시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루머가 최근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습니다. 해외 사이트에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온 것을 국내 인터넷 언론이 인용보도 형태로 받아쓰고, 이 내용이 단톡방에서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확인되지 않은 이런 내용들이 퍼지고 사람들은 기사에 나왔으니 진짜이겠거니,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내용 신뢰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끼는 부분은, 실제로 그 L호텔 36층에는 스위트룸이 아니라 행사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입니다. 그 행사장 이름 '피콕 스위트', '칼튼 스위트’, 이름만 스위트입니다. 이건 드러난 한 사례일 뿐이고, 실제로는 더 많은 가짜 뉴스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천안함, 세월호 등 여러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각종 음모론이 인터넷에서 확산됩니다. 합리적인 의혹제기도 있지만, 허황된 주장들, 조작된 증거들이 섞여서 사람들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공유되는 건 미국 사례처럼 분석이라도 가능한데, 대부분은 ‘단톡방’ '밴드’ 같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유포되고 팩트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가짜 뉴스로 인한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측정조차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 최영일> 그렇다면 ‘가짜 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가짜 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가짜 뉴스를 퇴출시킬 수 있을지, 방법이 있을까요?

◆ 이규창> ‘가짜 뉴스’에 귀 기울이는 건 기존 미디어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성 언론에서 보도하는 팩트를 불신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이런 미확인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는 게, 제가 아니라 옥스퍼드 측의 ‘post-truth’ 현상에 대한 분석입니다. 언론사들이 미확인 출처의 루머를 인용해서 보도하면서 ‘가짜 뉴스’의 확산을 돕기도 합니다. 광고매출,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팩트 체킹 훈련이 충분히 되지 않은 인턴들에게 이런 이슈 기사를 작성시키는데요. 이런 환경이 바뀌어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될 겁니다. 그러나 ‘가짜 뉴스’가 선거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가짜 뉴스에 속아서 투표를 잘못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내심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내용을 다룬 ‘가짜 기사’가 많이 읽히고 공유됐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이러이러한 비밀이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런 내용에 잘 낚일 것이고, 이 모든 건 종북 세력의 음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북한 개입설 같은 내용에 낚일 뿐입니다.

◇ 최영일>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규창> 네, 감사합니다.

◇ 최영일> 지금까지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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