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호칭으로 살펴본 북한의 속내

대남 호칭으로 살펴본 북한의 속내

2015.10.12.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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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대남, 대외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듯, 최근 들어 표현의 수위를 눈에 띄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 정부나 대통령을 호칭하는 표현을 보면, 북한의 속내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요.

먼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북한이 관영 매체에서 보도한 대남 성명과 담화문 등 68건을 YTN 데이터 저널리즘팀이 분석해 봤습니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부르는 호칭은 25가지였는데, '남조선 호전광', '괴뢰 패당'에서 '남조선당국', '박근혜 정권'까지 적대적 표현과 비교적 중립적인 호칭이 섞여 있습니다.

먼저 꼭둑각시라는 의미죠.

'괴뢰 패당'이라는 거친 표현이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졌습니다.

키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한 3월에 38번을 사용하며 정점을 찍은 뒤, 6월까지 비난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합의문을 도출했던 8월 25일을 기점으로 괴뢰패당이라는 호칭은 사라졌습니다.

반면에 중립적 표현인 '남조선 당국'이라는 호칭의 출현 빈도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 대화와 교류를 강조했던 1월에 치솟았다가, 다시 9월에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 대통령 실명을 거론했는지도 대남 기조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이죠.

통일 연구원 분석 자료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북한은 이렇게 월별로 비난과 자제를 반복하면서 봄과 연말에 두 번 실명 비난을 쏟아내는 쌍봉 패턴을 보였습니다.

바로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는 3월부터 석 달 간과, 국군의 날이 있는 10월부터 연말인데요.

연말 비난 공세는 이듬해 남한의 신년사 발표 때 대북 정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노림수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올해는 8월 25일 남북합의 이후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거론이 전혀 없습니다.

그만큼 향후 남북 교류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동안 연말마다 공세와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되풀이되온 북한의 대남 비난 공식이 깨지면서, 남북 대화 국면이 열릴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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