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 넉달...대북가공위탁업체 줄도산 우려

5·24조치 넉달...대북가공위탁업체 줄도산 우려

2010.09.23. 오전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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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천안함 사태에 따른 이른바 5·24 제재조치가 시작된지 넉 달이 다 돼가면서 대북위탁가공업체들이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게 된 업체들은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홍상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평양 공장에 옷감을 보내 완성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대북위탁업체입니다.

한해 평균 100억 원의 매출을 내던 건실한 중소기업이었지만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 제재조치로 남북경협이 중단되면서 3~4억 원의 손해를 봤습니다.

더 이상 북한 공장과 계약을 하지 못해 임금이 두배 이상 비싼 미얀마 등지에서 공장을 찾고 있고, 직원들도 40% 정도 줄였습니다.

[녹취:정태원, 대북의류위탁가공업체 사장]
"봄·여름 건에 대해서 지금 저희가 어떤 계획도 잡고 있지 못하고 있죠. 현재로서는 사실 저희가 어떻게 준비하고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융통성이 전혀 없습니다."

의류위탁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 씨도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5·24 조치로 약속한 기간에 의류를 납품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7억원 어치의 옷이 지금까지 평양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녹취:이 모 씨, 대북위탁가공업체 사장]
"저희 부모님 건물 다 압류 들어와 있고,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일부 알아서 퇴사한 직원도 있고, 직원들 급여는 당연히 지금 주지도 못하고..."

북한 공장에 원재료를 보내 완제품으로 들여오는 위탁가공업체는 모두 200여 곳.

5.24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이들 업체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이 대부분이어서 사업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 여건이 되지 않아 제재조치가 해제되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그러는 사이 의류가공업체들의 피해액만 1,3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정부는 5·24 조치 이전에 북한과 계약을 마친 일부 물품에 대해서는 반입과 반출을 허용했지만 더 이상의 배려는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또 대북 위탁가공업체에 10억 원까지 긴급 운영자금을 대출하기로 했지만 신청 자격이 까다롭고 보증까지 필요해 지금까지 단 6곳만이 심사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남북 교역중단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 초부터 대북위탁가공업체가 줄도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남북관계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업체들은 조만간 남북교역의 숨통을 틔워줄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YTN 홍상희[sa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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