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작전타임] 가가와는 왜 해트트릭 하고도 결장했을까

[김희선의 작전타임] 가가와는 왜 해트트릭 하고도 결장했을까

2013.03.06. 오후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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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희선 기자] 이전 경기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끝끝내 벤치를 지켰다. 그리고 팀은 유럽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했다. 그렇다면 그 팀의 감독은 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를 쓰지 않은 것일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서 열린 2012-2013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합계 2-3으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서 가가와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채 벤치를 지켰다. 불과 3일 전의 노리치시티전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전 선발이 유력시됐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리그와는 다른 팀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임했다.

일본의 축구 전문 잡지인 풋볼채널은 6일 '가가와가 레알 마드리드전에 출전하지 못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이유에 대해 분석한 글을 게재했다.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득점을 기록한 맨유는 득점 없이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자연히 1차전처럼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을 들고 나왔고, 포백 라인을 깊숙하게 내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봉쇄했다. 역습에 강한 레알 마드리드에 점유율을 넘겨주면서 오히려 득점 기회를 빼앗는 작전이었다.

풋볼채널은 바로 이 작전이 가가와를 선발로 나오지 못하게 한 첫 번째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수비에 치중한 작전은 상대에게 공을 빼앗는 순간부터 개시되는 역공 상황에서 득점을 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포백 라인을 내린 만큼 최전방과 거리가 벌어지기 때문에 빠른 스피드가 요구되는 것. 하지만 가가와는 여러 선수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 공간에 침투해나가는 능력에 있어 활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반전, 아니 후반 3분까지만 해도 퍼거슨 감독의 작전은 맞아떨어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골을 터뜨리지 못했고, 0-0 상황으로 전반을 마친 맨유는 후반 3분 로빈 반 페르시의 슈팅으로 시작된 골문 앞 혼전상황에서 라모스의 자책골이 터지며 1-0으로 앞서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유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던 흐름은 후반 11분 바뀌었다. 나니가 알바로 아르벨로아와 공을 다투던 도중 발을 높이 들고 태클을 했다는 이유로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단숨에 수적 열세 상황에 빠지게 된 것. 나니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우게 된 맨유를 상대로 조세 무리뉴 감독은 곧바로 강수를 던졌고, 아르벨로아 대신 루카 모드리치를 투입하며 중원을 휘저었다.

이 교체는 레알 마드리드에 승리를 불러오는 최고의 한 수가 됐다. 모드리치는 후반 21분 아크 오른쪽에서 중거리 슈팅을 날려 단숨에 1-1 동점을 만들었고, 불과 3분 후 터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결승골에도 관여하며 맨유를 무너뜨렸다.

퍼거슨 감독 역시 교체를 단행했다. 후반 28분 톰 클레버리를 빼고 웨인 루니를 투입한데 이어 애슐리 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연달아 그라운드에 들여보내 공격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들을 앞세워 맹공을 펼치고도 디에고 로페즈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힌 맨유는 결국 1-2로 경기를 마치고 말았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전 출장을 간절히 기다리던 가가와는 등장 없이 벤치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그렇다면 퍼거슨 감독은 왜 교체 상황에서 가가와를 투입하지 않은 것일까. 풋볼채널은 "가가와가 실력이 없기 때문에 결장한 것이 아니다"라고 그를 변호하며 "나니의 퇴장 없이 11명이 싸우는 경기였다면, 가가와가 경기에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소 3골 이상이 필요했던 맨유로서는 가가와보다 측면 돌파 능력이 좋은 영이나 발렌시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즉, 레알 마드리드전 결장은 맨유처럼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개성과 실력의 소유자가 많은 빅클럽에서 가가와가 받아들여야하는 숙명이었던 셈이다. 경기가 전개되는 흐름에 따라, 또 선수들의 쓰임새에 따라 활용법이 나뉘는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가가와가 이번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결장한 이유이자 맨유에서 살아남기 위해 추구해야할 목표다. 어떤 상황에서도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가 되지 않는 이상, 레알 마드리드전 결장의 아쉬움이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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