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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걸작선] '겨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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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8-07-28 19:41
중견 배우들의 풋풋한 시절 모습을 보는 건 고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최근에도 아주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장미희 씨는 1970년대 정윤희, 유지인 씨와 더불어 이른바 여배우 트로이카를 이끌었던 주역인데요.

오늘 한국영화 걸작선에서는 장미희 씨의 초창기 대표작 '겨울 여자'를 소개해드립니다.

70년대 유행한 호스티스 멜로와 선을 그으면서 주인공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능동적인 여성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담아냈습니다.

지금, 만나보시죠.

고교 졸업반 이화에게 정체 모를 남자로부터 편지가 날아듭니다.

[남자: 보아하니 귀하도 자기 자신과의 약속은 철두철미 지켜나가는, 그런 타입의 사람인 것 같군요]

누가 보낸 것일까.

목사님 집 딸로 곱게 자란 이화는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이화: 엄마. 내가 행실이 단정치 못해 보여?]

[엄마: 행실이 단정치 못해 보이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별안간]

[이화: 남자들이 날 그렇게 보나 봐]

하지만 정체 모를 남자의 편지는 계속 이어지고, 이화는 편지의 발송인이 과연 누구일까 은근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화가 대학에 합격한 날, 드디어 남자가 나타나죠.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가 편지를 보낸 이라는 걸 직감한 이화.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요섭: 제 이름은 민요섭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편지를 용서해 주십시오]

[이화: 뭐랄까요. 참 겁났어요. 그동안.]

[이화: 그렇지만 지금은 기뻐요.]

[요섭: 정말입니까? 이화: 모두 용서해 드리겠어요.]

이화는 요섭의 아버지가 소유한 별장에 놀러 갑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요섭이 자신을 탐하려고 하자, 당황한 이화는 그를 뿌리칩니다.

[이화: 이게 뭐예요. 뭐예요!]

[이화: 난 몰라요! 난 몰라요!]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소심하게 자라난 요섭은 이 사건에 충격을 받고 그만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이화는 왠지 모르게 그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갖게 되는데요.

[이화: 제가 나빴어요. 그까짓게 뭔데. 나까짓 게 뭔데.]

대학에 입학한 이화는 대학 신문의 기자 석기와 만나게 됩니다.

[석기: 사랑해 본 경험이 없었다고 하셨죠? 좋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렇게 하십시오.]

다름 아니라 앞으로 여기 있는 나를 한 번 사랑해 보도록 하십시오.

[석기: 이 우석기야말로 한 번 사랑해볼 만한 남자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첫 만남부터 당돌하게 다가오는 이 남자.

요섭의 자살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화는 석기의 구애에 어렵사리 마음의 문을 엽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죠.

정신의 순수만을 중요시하던 이화는 석기와의 사랑을 통해 남녀 간의 사랑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갑니다.

두 사람 사이의 행복도 잠시.

이화에게 비보가 날아듭니다.

군대에 간 석기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죠.

처음으로 품은 강렬한 사랑을 그렇게 보내고야 만 이화.

두 번째 남자의 죽음.

이제 이화는 잇따른 상실의 아픔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면모를 갖게 되는데요.

몇 년 뒤, 대학 졸업반이 된 이화는 우연히 고등학교 때 은사 허민과 마주 칩니다.

[이화: 선생님. 선생님. 아니 어떻게 된 거예요?]

허민을 집까리 데려다 준 걸 계기로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이상의 사이로 발전하게 되죠.

이번에는 이화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허민에 대한 구애를 이어갑니다.

[이화: 제가 학생이라는 점이 그렇게도 중요하게 생각되세요? 인간의 거짓 없고 순수한 욕구를 그 때문에 억눌러야 할 만큼요? 그게 그렇게도 큰 장애로 보이세요?]

[허민: 이 영리한 고집쟁이 이화: 선생님은 바보]

[허민: 이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

[이화: 그러니까 선생님은 바보]

[허민: 그래. 나 바보니까 이제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

허민과의 관계 속에서 이화는 자신의 연애관을 털어 놓습니다.

[이화: 사람들이 말하는 윤리나 제도, 사람이 사람다움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진실을 가로막기 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그려내는 이화의 행동은 기존의 윤리관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그녀는 오히려 진정한 윤리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호스티스 멜로 영화의 주인공들이 남성 중심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 억압받고 희생되는 가련한 여성들이었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 이화는 능동적이면서도 성적으로 개방적인 여성으로 변모해 갑니다.

이런 여주인공의 모습은 당대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영화 '겨울여자'는 개봉 당시 6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면서 1974년 '별들의 고향'이 세웠던 기존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깼습니다.

순수하면서도 당돌한 여성상을 동시에 품은 장미희 씨는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여성의 주체성과 성모럴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영화 '겨울 여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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