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예술가가 없는 프랑스, 그 비결은?

배고픈 예술가가 없는 프랑스, 그 비결은?

2018.04.14. 오전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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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서 '예술인'하면 배고픈 삶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예술인들이 적어도 생계를 걱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배고픈 예술가가 없는 문화강국 프랑스의 비결을 정지윤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프랑스 파리에 사는 니콜라 씨,

18년째 전문 연극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대에 서지 않는 날도 있지만, 생계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예술인 복지제도인 앵테르미탕 덕분입니다.

앵테르미탕은 '불규칙적', '비정규적'이라는 뜻입니다.

[니콜라 베르켄 / 극단 크타(KTHA) 대표 : 앵테르미탕 제도는 공연 예술가들과 기술자들이 불규칙한 고용시간 속에서 규칙적인 노동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 만약 이 제도가 없었다면, 저는 올바른 방식으로 살 수 없었을 거예요.]

앵테르미탕은 일종의 실업보험 제도입니다.

매달 모든 수입을 정부에 신고하고 그 절반 정도를 보험료로 내면 돈을 적게 벌 때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버는 돈이 들쭉날쭉한 예술가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 꾸준한 창작 활동을 장려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정한 월 기준 소득이 천 유로라고 가정해봅니다.

니콜라 씨가 지난해 월평균 5백 유로밖에 못 벌었다면 올해 매달 5백 유로를 실업 급여로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내년에도 실업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올해 버는 돈의 절반 가량은 보험료로 내야 합니다.

이 제도로 약 11만 명이 혜택을 받고 있는데요.

실업 급여를 받기 위해선 한 해 일정 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합니다.

[니콜라 베르켄 / 극단 크타(KTHA) 대표 : 매년 말 제 고용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합산해요. 만약 1년에 507시간 이상 고용되었다면 저는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거죠.]

예술가의 집 협회는 화가나 조각가 등 시각 예술가를 위한 복지 기관입니다.

협회 소속 예술가는 일단 일반 노동자보다 세금 부담이 적습니다.

[아홍 헤미 / 예술가의 집 협회 대표 : 일반적으로 임금노동자의 경우 수입의 22%를 세금으로 내죠. / 하지만 예술가들은 수입의 16%를 세금으로 냅니다./ 예술가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의 사회보장세를 내고 사회보장제도를 누릴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연금 같은 사회보장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작업실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은 돈 걱정 대신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샬롯 델솔 / 예술가의 집 협회 경영책임자 : 예술가의 집은 예술가들의 일상적인 삶이 안정적이고 직업적 문제들을 해결할 만한 방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특히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앙티네아 가르니에 / 예술가의 집 협회 감독관 : 우리가 연대와 혜택 등을 통해서 예술창작의 다양성을 원조하지 않는다면 모든 창작은 사라지게 됩니다. 예술의 현재를 생각해볼 때 문화와 그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엄청나게 큰 손실입니다.]

조각가 나세라 씨도 협회 회원인데요.

30년간 적어도 배가 고파서 미술가의 길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나세라 카이누 / 예술가의 집 협회 회원 : 예술가가 제 직업이고, 저는 예술가로서 살고 있어요. 예술가의 집 협회는 제가 국가적 차원에서 전문예술가로서 위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문화 강국 프랑스,

예술가의 생계 걱정을 더는 탄탄한 복지 제도가 그 밑바탕이 됐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YTN 월드 정지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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