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은 고난 속 유일한 즐거움"

"전통예술은 고난 속 유일한 즐거움"

2017.06.04. 오전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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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곳곳 한인 가운데서도 중앙아시아 지역 고려인의 전통춤과 국악에 대한 애착은 남다릅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전통예술을 배우러 온 고려인들에게 들어봤습니다.

이승은 기자입니다.

[기자]
남해를 바라보고 있는 진도 국립남도국악원입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온 한인 20여 명이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희망' 무용단원 4명, 솜씨가 서툴지만 집중력은 뒤지지 않습니다

'희망'은 6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주한 두 가족이 만든 무용단입니다.

유튜브를 보며 춤사위를 익히고, 소품도 직접 만들어 공연해오다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연수 기회를 잡았습니다.

[한 옐레나 / 러시아 '희망' 무용단 : 어려워도 열심히 배우고 돌아가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연수자 중에 뛰어난 기량을 지닌 고려인이 눈에 띕니다.

26살 고가이 빅토리아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전통 무용가 김 림마 선생의 외손녀입니다.

빅토리아는 30년 전 외할머니가 후손들을 위해 만든 '비둘기 무용단'을 이끌 생각입니다.

[고가이 빅토리아 / 카자흐스탄 비둘기 무용단 : 할머니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힘든 길이었는지를 깨닫고 있습니다.]

[최선화 / 국립남도국악원 무용수 : 여기에서 배우는 정신력이 프로 이상으로 열정적인 것 같아요.]

고려인들은 80년 전 스탈린 치하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하면서 한글학교가 없어지고 한글 사용도 탄압받으면서 우리말에 서툴게 됐습니다.

하지만 황무지의 척박함과 집단 농장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습니다.

카자흐스탄 국립극장인 고려극장의 85년 역사가 이를 말해줍니다.

고려극장은 최근 카자흐 정부가 주는 최고 권위인 아카데미 칭호를 받았습니다.

[남 갈리나 / 카자흐스탄 고려인 무용단 강사 : 고려인들이 고난을 겪으면서 한가지 즐거움이 전통문화와 노래를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은 유례없는 참극을 겪은 고려인의 버팀목이자 유랑 속에서도 민족 정체성을 지켜온 방편이었습니다.

YTN 월드 이승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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