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쓰는 일기] 파독 간호사에서 양로원 원장 된 김흥순 씨

[거꾸로 쓰는 일기] 파독 간호사에서 양로원 원장 된 김흥순 씨

2017.10.01. 오전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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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치매에 걸린 노인들과 함께 시작된다.

오늘은 촉감 놀이와 숫자 게임을 했다.

오감을 자극하는 뇌 운동은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가족 품을 떠나 양로원에 머무는 노인들에게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과 위로가 된다.

[김흥순 / 양로원 원장 : 집에서 간호할 수 없는 분들이 오는데 보통 치매가 많아요. 또 나이가 들어가니까 노인들이 성격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까 자식들이 같이 살다가 답답해서 못 살겠다고 그래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넉넉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돈을 벌기 위해 파독 간호사에 지원해 독일행 비행기에 타야 했다.

[김흥순 / 양로원 원장 : 저는 아주 가난한 농부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때 제 소원이 대학가는 게 소원이었는데 집에서 가정 경제상 간호 고등학교를 보냈습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아주 큰 일이었어요.]

독일에 온 지도 어느덧 47년이 지났다.

독일어를 익히느라 한동안은 우리 말을 아예 잊어버리기까지 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며 남편을 만났고, 은퇴 후 외로운 노인들과 인생의 황혼을 함께 하기 위해 양로원을 열었다.

[김흥순 / 양로원 원장 : 사람들이 의사 부인이면 편하게 살고, 좋은 옷이나 입고 다니지 그러는데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집에 있으면 너무 답답해요. 그래서 아직까지 이 나이에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 역시 일흔이 넘은 노인이지만, 양로원 어르신들을 돌보느라 하루도 쉴 틈이 없다.

그래서일까.

몸과 마음이 아플 시간이 없다.

[김흥순 / 양로원 원장 : 아플 시간도 없고, 우울할 시간도 없어요. 항상 일이 저한테 많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너무 젊은 시절 떠나온 한국에 대한 그리움은 진해져만 간다.

이제라도 양로원 가족들과 함께 유년시절 접어야만 했던 배움의 꿈을 펼치고 싶다.

[김흥순 / 양로원 원장 : 정말 소원입니다. 독일 역사, 한국 역사, 한국 지리 그런 걸 좀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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