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교과서] 입양될 때까지 기다린다…LA 유기견 보호소

[세상교과서] 입양될 때까지 기다린다…LA 유기견 보호소

2016.04.23. 오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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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유기견들이 구조를 받아 보호시설에 가더라도 열흘 정도 시한 안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그런데 미국 LA에서는 보호소에서 주기적으로 '유기견 입양 행사'를 열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기견 입양 행사에 김은경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올해 두 살인 쿠키는 주인에게 버림받고 LA 외곽 도시 산타바바라 거리를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해왔습니다.

배고픔에 굶주리던 쿠키는 석 달 전, 쓰레기더미에서 발견돼 이곳 동물보호소에 들어왔는데요.

오늘 쿠키는 '유기견 입양 행사'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캘리 / OC 동물보호소 자원봉사자 : 쿠키는 다른 개들과 사이가 좋고 아이들과도 잘 어울려요. 오늘 행사에 제격일 것 같아 데리고 나왔는데 쿠키가 새로운 집을 찾길 바랍니다.]

몸이 약해 가끔 구토 증세를 보이는 쿠키는 오랜 시간 동물 보호소에서 생활해왔는데요.

이미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스티븐 씨가 쿠키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가족이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티븐 / 유기견 입양인 : (개가 세 마리 있는데) 첫 번째 개는 샀고, 나머지 두 마리는 입양했는데 입양하는 게 더 좋습니다. 입양한 개는 버려졌거나 도움이 필요한 개들이기 때문이죠.]

지난해 LA에서 발견된 유기견은 4만6천 마리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3만5천 마리는 각 지역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품에 안겼고, 나머지 만여 마리는 생을 마감했는데요.

무조건적인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돼 있어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해 입양이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기견이 머물 수 있는 기간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한두 달에 한 번씩 입양 행사를 열어 새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케이리 잉그람 / OC 동물보호소 부국장 : 매년 행사를 열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달에 한 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입양이 가능한 좋은 동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죠.]

이틀 동안 열린 유기견 입양 행사장에는 5백여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는데요.

이를 통해 2백 마리의 유기견이 새 가족을 만나게 됐습니다.

지난해부터는 한 시의원의 노력으로 시 당국이 구충제와 백신 접종비, 반려동물 등록비용 등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입양행사 기간에는 불과 17달러, 우리 돈 2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 있습니다.

반려견의 장난감과 며칠 분의 사료도 제공됩니다.

[마리아·제프 / 유기견 입양인 : 동물을 많이 사랑해주고, 관심을 주세요. 그러면 당신에게 그 사랑을 분명 되돌려 줄 것입니다. 무조건적으로 말이죠.]

믿었던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동물과 사람이 함께 성숙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미국 LA에서 YTN 월드 김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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