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 일본!

노인을 위한 나라, 일본!

2014.11.01. 오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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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부들은 가족들 식사를 위해 일주일에 몇 번씩 장을 보러가곤 하는데요.

홀로 사는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한 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에는 이런 노인들을 위해 집 앞까지 찾아가는 슈퍼마켓이 있다는데요.

초고령 사회 일본의 생활 밀착형 노인 지원 정책 알아봅니다. 박진환 리포터!

찾아가는 슈퍼마켓'이란 이름이 왠지 마을 장터를 연상시키는데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기자]

제가 다녀온 곳은 요코하마 시 구텐쵸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여기는 거주자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인데요.

이동식 슈퍼마켓 '아오조라 시장'이 매주 화요일 아파트 근처에서 열립니다.

시장에서는 채소 등 식재료 뿐 아니라 도시락, 빵 등 가공식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는데요.

지난 2천 8년 문을 연 이 슈퍼는 하루 평균 50여 명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인터뷰:다카하시 카즈코, 이동식 슈퍼 이용객]
"(이동식 슈퍼가) 도움이 됩니다. 무나 양배추같은건 무겁잖아요. 저도 나이가 들어서요. 이렇게 가까운데서 살 수 있는게 좋아요."

이동식 슈퍼가 이 곳에 생긴 건 편의점 등 아파트 단지 주변 가게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인데요.

먼 곳으로 장 보러 다니기 힘든 노인들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나서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아리토모 후유미, 이동식 슈퍼 운영 시민단체 대표]
"단지 안에는 장을 볼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야 하는데 걷기에는 언덕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이 이동식 슈퍼를 생각해낸 거죠."

[앵커]

노인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이웃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그리울텐데 이런 점을 돕는 단체는 없나요?

[기자]

치바현에는 '노인 고독사 예방센터'라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10년 넘게 홀로 사는 노인의 집을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노인들을 찾아 가사를 돕기도 하고 우편물 확인도 해주는데요.

지역 주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 단체가 생겨난 데는 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나카자와, 고독사 예방센터 소장]
"이 지역에서 2002년도에 59세 남성이 고독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3년 동안이나 발견하지 못했는데요. 이런 고독사를 경험하고 지역 주민들과 논의한 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단체는 노인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100엔만 내면 음료수를 무제한 제공해 하루 평균 노인 20여 명이 찾고 있는데요.

꾸준히 생활을 돌봐온 덕분에 이 지역 노인들의 고독사가 줄어드는 등 성과를 거뒀습니다.

[인터뷰:이용자]
"이런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나 시설이 있으면 저와 같은 고령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앵커]

일본은 노인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생활 지원 대책이 꼭 필요할 것 같은데요.

요즘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집도 적지 않다면서요?

[기자]

세계보건기구는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사회를 초고령 사회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일본은 지난 200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고요.

8명 중 1명은 75세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있는 가정의 절반 이상이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상황입니다.

75세 이상 노인끼리 사는 가구도 약 30%에 이릅니다.

일본 사회의 고령화는 지금도 심각하지만 앞으로도 이 추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한국에서도 종종 듣게 되는 '고독사',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나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일본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3분의 1이 혼자 살고 있습니다.

노인 임대 주택 75만호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 봤는데요.

혼자 사는 노인 가운데 숨을 거둔 뒤 발견된 경우가 2010년에 132건, 2012년에는 157건이었습니다.

6년 전과 비교할 때 80%나 늘었습니다.

특히 도시에 사는 노인들은 몸이 불편해도 요양 시설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도쿄의 경우 땅값이 비싸 도심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도쿄 스기나미 구에는 요양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중인 노인이 2천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앵커]

일본도 쉽지 않은 상황이네요.

한국은 2030년 무렵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노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도울 정책들이 얼마나 시행되고 있는지요?

[기자]

보건복지부는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을 찾아가 집안일을 돕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114만 명에 이르는 서울시도 혼자 사는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랑의 안심폰' 제도를 운영중인데요.

하지만 한국의 노인 복지 정책은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가입니다.

한국은 노인의 건강 상태와 고용 등 전체적인 복지 평가에서 중간 이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세계 96개 국 가운데 50위를 기록했습니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 노인이 가장 가난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는데요.

선진국 수준의 노인 복지 정책에 앞서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지원이 우선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사람은 누구나 늙습니다.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우리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할텐데요.

품위있게 늙어갈 권리를 지켜주는 사회, 사회 구성원이 협력해 함께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박진환 리포터,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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