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두렵지 않아요!…네덜란드 '출산 도우미' [장혜경, 네덜란드 리포터]

임신·출산 두렵지 않아요!…네덜란드 '출산 도우미' [장혜경, 네덜란드 리포터]

2013.12.21. 오전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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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초 일본 유명 여배우가 다녀간- 강남 산후 조리원 이용료가 2주 동안 천만 원을 훌쩍 넘어 화제가 됐는데요.

시설마다 차이는 있지만 부담스런 요금 때문에 공공 산후 조리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집에 찾아와 신생아 돌보기부터 가사 일까지 해결해 주는 '출산 도우미'가 활약하고 있는데요.

현지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장혜경 리포터!

[기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입니다.

[앵커]

먼저 '출산 도우미'가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알아보죠.

얼마 전 아기를 낳은 여성의 집을 직접 방문하셨다고요?

[기자]

제가 찾아간 곳은 암스테르담에서 동쪽으로 130km 떨어진 마클로입니다.

아기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커다란 황새 장식이 있는 곳이 31살 교사 아날리스 씨의 집인데요.

2살 아들에 이어 딸을 낳은 아날리스 씨는 출산 이튿날 퇴원했습니다.

집에는 20년 경력의 출산 도우미 예니크 씨가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갓난 아기를 돌보는 일과 함께 청소와 빨래, 식사까지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기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도 주의깊게 살피면서 한 식구처럼 어울려 지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앵커]

유럽은 시간당 임금이 상당히 비싸지 않습니까?

이렇게 직접 집까지 찾아와 모든 일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라면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아날리스 씨의 경우는 출산 도우미 서비스를 40시간 이용했는데요.

건강 보험료에 이 서비스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추가로 낸 돈은 없었습니다.

40시간 이상 이용하고 싶은 사람은 시간당 4유로, 한국 돈으로 6천 원 정도를 부담하면 됩니다.

한국에서 출산 후 2주간 산후 조리원을 이용하면 평균 199만 원을 부담하게 되는데요.

네덜란드 여성들이 같은 기간 출산 도우미 서비스를 받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20여만 원 정도 더 쌉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출산 여성의 96%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아날리스, 출산 여성]
"(출산 도우미가 있는 동안에는) 나는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첫째 아이 때도 산후조리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산모에게 참 좋아요. 도우미들은 산모와 아이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앵커]

거의 모든 여성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네요.

네덜란드에서 이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기자]

이 출산 도우미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요.

당시 제빵사로 일하던 여성들이 전통 산후 조리법을 익혀 출산 여성을 도운 것이 시작이 됐습니다.

지금은 140여 업체에서 9천여 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출산 도우미의 역할이 큰 것은 네덜란드의 출산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데요.

전체 출산 여성의 25%가 자기 집에서 아이를 낳기 때문에 산파가 아이를 받는 일이 요즘도 흔하고요.

또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도 보통 하루 이틀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출산 후 몸조리를 하는 공간이 조리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집이 되는거죠.

물론 여기도 한국과 같은 산후 조리원이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인터뷰:에니크 판 펠슨, 출산 도우미]
"산후조리사들도 특별팀이 있어서 병원에서 분만하는 경우와 가정에서 분만하는 경우 낳을 때부터 도울 수 있어요. 인근 독일의 경우 이런 제도가 일부 지역을 빼면 국가 시스템으로 뒷받침 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정책적으로 단계별 산후 관리 시스템이 잘 이뤄지고 있죠."

[앵커]

사실 일하는 여성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은 뒤 육아 문제도 상당히 고심하게 되는데요.

네덜란드에서는 출산 여성에 대한 지원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네덜란드 여성들의 경우 출산 전에 6주, 또 아이를 낳은 뒤 12주를 유급 휴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아이가 만 8살이 될 때까지 6개월 정도를 육아 휴가로 쓸 수 있는데요.

이 휴가 역시 국가에서 급여의 75% 정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유급 출산 휴가가 3개월이고, 육아 휴직은 1년까지 가능하지만 무급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네덜란드는 전체 기간은 한국보다 짧지만 대부분 유급이라는 점이 한국과 다른 점입니다.

휴직 기간이 짧은 것은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인터뷰:박성희, 네덜란드 동포]
"네덜란드 같은 경우에는 물론 출산이나 수유같은 경우는 여자들이 부담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육아에 관한 것은 남편들이랑 공동 부담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낮은 출산율로 고심하는 한국은 다양한 지원책을 펴면서 아이를 낳도록 장려하고 있는데요.

네덜란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덜란드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인구 천 명당 한 해 약 11명을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한국보다 2명 정도 많습니다.

1950년대 이후 출산율이 완만히 낮아지는 추세지만 큰 변화는 없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출산 장려 정책은 따로 없지만 출산 이후에는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하는데요.

전업 주부나 학생, 또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출산을 했을 경우 의료보험료를 국가가 대신 내주는 등의 방식입니다.

[앵커]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낳은 후에는 가정 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하는 것이겠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두렵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게 지금 한국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혜경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네덜란드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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