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북적이는 결혼식 그만!…작은 결혼식 확산 [김수정, 영국 리포터]

비싸고 북적이는 결혼식 그만!…작은 결혼식 확산 [김수정, 영국 리포터]

2013.09.28.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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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달 초 가수 이효리 씨가 가까운 친지만 불러 상견례 겸 식사로 결혼식을 대신해 화제를 모았었죠?

낭비성 이벤트를 줄이고 간소하게 치르는 이른바 '작은 결혼식'이 요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데요.

검소한 결혼 문화가 정착한 영국에서는 최근 단돈 1파운드, 약 천 7백 원으로 식을 올린 부부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영국 김수정 리포터와 함께 한국과 결혼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수정 리포터!

아무리 절약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1파운드로 결혼식이 가능했을까 의문이 드는데요.

결혼식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기자]

이색 결혼식의 주인공은 예술가 조지나 포르테우스 씨와 대중음악가 시드 인네스 씬데요.

두 사람은 스코틀랜드 인네버스에 있는 집 앞에서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하객들이 직접 피로연 음식을 가져와 서로 나눠먹고 목사가 무료로 주례를 서줬고요.

웨딩 케이크와 축가, 음악 연주 등은 모두 가족과 친구들이 준비를 했습니다.

결혼식에 쓰인 유일한 비용 1파운드는 중고 드레스를 구입하는 데 썼다고 합니다.

이들 부부의 소식은 이달 초 영국 일간지에 소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데요.

영국 누리꾼들은 결혼식이 꼭 화려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이들의 결혼식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앵커]

2년 전 영국 왕실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은 세기의 결혼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치러졌는데요.

영국인들은 결혼하는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돈을 씁니까?

[기자]

영국에서 초호화 결혼식은 왕실이나 연예인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평균 결혼 비용은 만 8천 파운드, 3천여 만원 정도로 나타났는데요.

이 금액은 고소득 인구가 많아 평균치가 올라간 것이고, 보통 사람들의 결혼식은 훨씬 검소하게 치러집니다.

보통 가까운 친구나 친지 10명 안팎만 초대해 동네 구청에서 결혼을 하는 것도 일반적이고요.

교회나 집 마당, 또는 동네 식당 마당에서 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니콜, 폴, 예비 부부]
"최대한 검소한 결혼식을 준비 중이에요. 아는 사람에게 사진을 저렴하게 부탁했고요."
(청첩장도 있잖아.)
"아! 빈 종이를 주문해 제가 청첩장을 직접 만들어 인쇄 했어요."

[앵커]

작은 결혼식이 정착돼 있다보니 돈 대신 아이디어로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요즘 어떤 스타일의 결혼식이 유행인가요?

[기자]

요즘 영국에서는 중고 드레스와 장신구 등을 이용하는 일명 '빈티지 결혼'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엄마나 할머니가 입었던 웨딩 드레스를 물려 입거나 중고 드레스를 싼 값에 사 입는 게 유행인데요.

결혼 반지 역시 시어머니나 시할머니가 끼던 반지를 물려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 신부들은 비용은 줄이면서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들을 이용해 의미있고 낭만적한 결혼식을 꿈꾸는 것이죠.

[인터뷰:로라 히킨스, 런던 시민]
"뭔가 다르잖아요. 다들 판에 박힌 패키지 웨딩은 고리타분해요. 좀 더 개성 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어요."

[인터뷰:베키, 런던 시민]
"어떻게 식을 치러야 할 지 몰라 남들처럼 하는 것보다 스스로 고민하고 계획하는 게 훨씬 멋지다고 생각해요."

[앵커]

요즘 저렴한 비용으로 식을 치를 수 있는 청와대 사랑채나 서울시청 시민청 등 공공 기관의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는데요.

영국에서도 공공 기관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나요?

[기자]

전문 예식장이 없는 영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결혼식 장소가 바로 구청입니다.

주말이면 구청 근처에는 신랑 신부들로 붐비는데요.

주례는 구청 직원이 보고, 10분 정도면 모든 예식이 끝납니다.

예물은 보통 결혼 반지만 교환하고 예단은 전혀 없습니다.

이런 검소한 결혼 문화는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나 독일, 북유럽 등도 비슷한데요.

결혼의 의미는 식 자체가 아니라 한 가정을 이루기로 두 사람이 약속하는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앵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부터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건전하고 합리적인 결혼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기자]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를 보면 평균 결혼 비용이 남성은 7천5백만여 원, 여성 5천2백만여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과 비교하면 결혼 비용이 배 이상 높은 셈인데요.

합리적인 결혼 문화가 정착되려면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합니다.

최근 가족, 친지만 불러 조용하게 결혼식을 치른 이효리 씨 등 연예인이나 사회 지도층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의 역할이 크겠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의미도 잘 모른 채 화려하게 치르려고 하기 보다 두 사람과 가족을 위해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김숙자,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 과장]
"일단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고 부모님에게 결혼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도록 결혼 당사자 중심의 결혼 문화가 확산되도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청와대 사랑채에서는 내 힘으로 하는 작은 결혼식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화려한 결혼식을 해야 결혼 생활이 행복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작은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뿌리깊은 허례허식을 줄이는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김수정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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