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거리 '신오오쿠보'의 오늘은?

한류 거리 '신오오쿠보'의 오늘은?

2013.02.02.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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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일본 도쿄의 신오오쿠보는 한국 대중문화 관련 상점과 음식점들이 모여있어 이른바 '한류문화의 중심지'로 불리는 곳입니다.

한류 바람을 타고 호황을 누렸지만 지난해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외교관계가 냉각되면서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는데요.

한류 인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이 거리, 새해를 맞은 요즘은 어떨까요?

도쿄 이승열 리포터 연결해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질문]

얼마 전에 신오오쿠보 한류 거리를 둘러보고 오셨죠?

현장 분위기가 어떻던가요?

[답변]

지난 주말 신오오쿠보 한류 거리에 다녀왔습니다.

전철역 앞 양쪽으로 뻗어있는 중심가에는 300미터 거리에 한류 관련 상점 420여 곳이 몰려 있는데 이른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습니다.

전에는 원조 한류 팬이라고 할 수 있는 중년 여성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10~20대 젊은 여성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요즘은 주말에 2만 명 정도가 이 곳을 찾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얼어붙었던 이 지역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인터뷰:김봉구, 분식점 사장]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은 같은데 아직은 전에 재작년만큼은 못가는 것 같아요."

[인터뷰:김인순, 뷰티 살롱 대표]
"아직 옛날만큼 좋지는 않지만 전보다 많이 놀러오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안오는 이유는 좀 무서웠던 것 같다."

[질문]

지난해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진 뒤 한류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말라며 수 천 명이 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일도 있었는데요.

두 나라의 외교 갈등이 '한류 거리'의 불황에 얼마나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답변]

지난해 8월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진 직후 일본내 우익 단체들이 매주 이 곳 중심가를 찾아와 집회를 열었는데요.

시위대가 한번씩 다녀가면 손님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상권이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고 현지 상인들은 말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한 차례 시위가 있긴 했지만 전처럼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문화는 정치와 결부시키지 말고 문화 그 자체로 즐기자는 것이 보통 일본인들의 생각이어서 이런 집회가 공감을 얻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일 관계가 냉각기를 맞은 영향이 컸지만 세금 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것도 한류 거리 침체의 한 원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질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조금씩 거리가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신오오쿠보에 이렇게 본격적인 한류 거리가 형성된 것은 언제부터라고 봐야 할까요?

[답변]

2천 8년 무렵부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신오오쿠보는 원래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도쿄의 '코리아 타운'이었는데요.

드라마 '겨울소나타'로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뒤 관련 상점이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2천년대 후반 잠시 침체기를 겪었지만 2010년부터 K-POP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전에 없던 호황을 맞았습니다.

역 맞은편 뒷골목까지 상권이 확대되고 하루 최고 4~5만 명이 오가는 번화가가 되니 땅값도 많이 올랐는데요.

지난해 4월 기준으로 공시지가가 한 해 전보다 1.9% 오른 1제곱미터당 160만 엔, 지금 환율로 2천 만원 가까운 가격입니다.

도쿄의 왠만한 중심가 땅값과 맞먹는 수준이 됐습니다.

[질문]

거리 풍경을 보니 연예인 관련 상품과 음식점이 많아 보이던데요.

요즘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는 업종은 어떤 것이 있나요?

[답변]

예전이나 지금이나 '먹거리'는 변함없이 인기인데요.

불고기나 순두부 등 정통 한식 뿐 아니라 최근에는 떡볶이, 호떡 등 거리 음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른바 '꽃미남' 들이 차를 날라주는 이색 카페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용 업종도 강세여서 화장품 전문점 뿐 아니라 마사지샵 등도 예약이 줄을 이을 정도로 성업중이었는데요.

한류 거리를 찾은 일본인들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방문객, 20대 남성]
"(떡볶이 먹으며) 이런거 처음 먹어보는데 꽤 맛있네요."


[인터뷰:방문객, 30대 여성]
"한국 미용제품은 가격이 싸고 여러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들이 많아 매일 애용하고 있어요."

[인터뷰:방문객, 60대 남성]
"(여기 처음 와 봤는데) 이 좁은 곳에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색적인 것은 최근에는 한국 역술가들이 운영하는 '점집'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인들이 원래 점 보기를 즐기는데다 신년을 맞아 한 해 운세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질문]

말씀을 들어보니까 한류 거리의 상점들이 몇 가지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경쟁이 심해서 생기는 문제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비슷한 가게들이 몰려 있다보니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땅값이 오르면서 임대료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실제로 제가 취재를 위해 만나본 몇몇 업소는 업종을 바꾸려고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운영비를 감당못해 폐업하는 가게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상인은 예측과 준비없이 초반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가 매출이 부진해 자연스럽게 문을 닫는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질문]

거리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 곳이 한국을 알고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이라기보다 한국 대중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진정한 '한국 문화의 거리'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답변]

취재를 하면서 많은 일본인들을 만났는데요.

그 중 한 명은 한류 거리로 통하는 전철역 앞이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는데다 일부 업소의 호객행위까지 있다보니 첫 관문부터 한국의 문화를 느끼기는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요코하마에 있는 일본 최대의 차이나 타운이 물론 상점들도 있지만 사찰과 전통 건축물이 늘어서 있어 중국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이뤄져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한류 거리가 소비 문화 중심지가 아닌 한국을 알리는 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동포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인터뷰:홍성엽, 재일한국인연합회 총무이사]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죠. 예를 들어서 신오오쿠보 타운에 소극장을 통한 한국의 영화, 한국의 연극, 이런 부분들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 신오오쿠보 전체를 명소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한글 교실이나 요리 교실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생기고는 있지만 아직 시설이나 내용 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지속적으로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동포들의 자발적인 노력 뿐 아니라 한국 유관단체의 지원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르는데요.

신오오쿠보가 두 나라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화합의 거리로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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