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혁명을 몰고 온 저항언론인, 김 알렉산드로

레몬혁명을 몰고 온 저항언론인, 김 알렉산드로

2006.02.11. 오전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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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펜 하나로 독재 정권에 맞서 용기있게 싸운 자랑스런 고려인이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전설적인 언론인 알렉산드로 김은 정권의 부정부패를 낱낱이 파헤쳐 레몬혁명의 도화선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을 키르기스스탄의 전상중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키르기스스탄 시민들에게 지난해 봄은 잔인한 시절이었습니다.

15년이나 이어진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끼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독재와의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독재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항거는 아카예프 전 대통령이 4선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각종 부정부패가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강압 정권과 비리로 몸살을 앓던 시민들에게 저항의 도화선을 지핀 사람은 고려인 2세, 김 알렉산드로였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최대 신문인 MSN을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아카예프 대통령 일가의 부정부패를 낱낱이 폭로해 시민혁명의 기폭제를 마련하게 됩니다.

결국 철권통치의 상징 아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로 망명을 떠났고 김 씨는 저항 언론인의 상징으로 시민들의 뇌리에 각인됩니다.

[인터뷰:스키로도프 오실리다니르비치, 케켄노우 국립대 교수]
"알렉산드로 김은 지금 국민들에게 중요한 언론인의 역할을 하고 있고 어려운 키르기스 상황에서 그가 하는 모든 일이 잘되길 기원합니다."

언론인으로서 그가 걸어온 길은 여느 후발국가의 언론인 못지않게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김 씨는 15년 장기 집권을 꾀하던 아카예프 정권에게 본인이 운영하던 '베체르 비슈케크' 신문사를 강제로 빼앗겼습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자의 의지를 그로서도 꺾을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또다른 저항신문인 MSN을 세우고 정권에 맞서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게 됩니다.

그의 예리한 필봉은 키르기스스탄인들 뿐만 아니라 수 많은 고려인들에게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인터뷰:김 엘레나, 고려인]
"그의 신문은 정말 시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속 시원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려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홀로된 83살 노모와 함께 살며 고려인의 뿌리를 잊지않고 살아간다는 김 씨에게는 한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인터뷰:김 알렉산드로]
"많은 고려인 2,3세들이 고려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주류사회로 진입하는 데 제가 큰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자]
갖은 정치적 탄압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의 기개를 오롯이 지켜온 고려인 언론인 김 알렉산드로!

그가 있기에 지금 키르기스스탄 시민들은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YTN 인터내셔널 전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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