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신스틸러 배정화, 죽어도 사는 여자 [인터뷰]

'목격자' 신스틸러 배정화, 죽어도 사는 여자 [인터뷰]

2018.08.14. 오전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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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부산 소녀는 대학생이 된 언니를 따라 무작정 상경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 많은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한 배정화가 꿈에도 없던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였다.



동국대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한 20대 시절 배정화는 대학교 졸업 후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배우가 됐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고된 연극배우의 삶이었지만, 연기하는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배정화는 2015년 영화 '살인 재능'에서 주연을 맡아 스크린 무대로 활동 영역을 옮긴다. 이후 '위대한 소원' '컴, 투게더', '보이스'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 '내 남자의 비밀' '블랙'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 내공을 쌓는 중이다.



출연 분량은 적지만 강한 존재감. 배정화를 '신스틸러'라 칭하는 이유다. 맡은 역할들이 대개 평범하지 않은 인물(아동학대 범죄자, 냉장고 속 시체 등)들이기 때문.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목격자'에서도 배정화가 맡은 역할은 어김이 없었다.



TV리포트는 '목격자'의 개봉 이틀 전, 신스틸러 배정화를 만났다. 연기를 꿈꾸는 소녀는 아니었지만, 10년이 넘게 맛본 연기의 매력에 빠져 연기 없는 삶은 이제 생각할 수 없다는 배정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 '목격자'의 목격자 = 배정화



'목격자'는 제목 그대로 목격자의 심리를 다룬 영화다.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한 평범한 주민들의 이야기다. 연기파 배우 이성민이 목격자 상훈 역으로 중심을 잡는다. 그런 상훈을 동요하게 만드는 인물이 배정화가 연기한 최서연이다. 최서연은 영화에서 두 장면밖에 나오지 않지만, 존재감은 영화 전체를 아우른다.



"최서연을 제가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읽긴 했지만, 감히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하기로 했다고 해서 믿기지 않았고 좋았죠. 출연하는 장면은 적지만 조금밖에 안 나오니 더 준비할 게 많고, 채워야 할 게 많았어요. 이성민 선배님과 호흡하는 역할이니 그 부담감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배정화는 최서연의 캐릭터에 대해 "그냥 아파트 405호에 사는 평범한 여자"라고 소개한다. "평범한 사람이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흔하지 않은,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연기 몰입이 쉽지는 않았다. 대사 몇 마디, 한 장면에서 보여줘야 하고, 내용 전개상 이성민 선배님의 감정선에 중요한 역할이어서 부담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배정화는 짧은 분량이지만 거대한 사명감을 가졌다. 촬영 전부터 현장을 찾아 익히고, 특히 동네 아파트를 돌아다녔다고.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 배정화는 "제가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다 보니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해 모르겠더라. 느낌이라도 알기 위해 주변 아파트를 돌았다"고 설명했다. 선배 이성민도 미리 만나 연기 합을 맞추며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 열정을 표출했다.




◆ 죽는 연기만 세 번째 = 감사



최서연은 극중 살해를 당하는 캐릭터다. 최서연으로 죽는 캐릭터 연기만 세 번째라는 배정화. 그러다 보니 배정화가 등장하면 예사롭지 않은 느낌까지 준다. 심지어 최서연은 상훈에게 더 극대화된 죄책감을 줘야 하는 캐릭터여서 눈을 뜨고 죽는다. 캐릭터 설정은 배정화의 몫이지만, 생각보다 더 힘든 연기였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죽는 캐릭터 외에 배정화가 맡은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삶이 순탄치가 않다. 자신이 만들어온 캐릭터를 열거하던 배정화는 "연기할 때는 재밌지만, 반복되면 제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은 것 같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은 여행뿐. "한국이 아니라는 것 외엔 하는 일은 같다. 그래도 한국에서 있던 일들이 객관화되니 부담이 없어져서 그나마 정리가 된다"고 말했다.



고충도 있지만, 자신을 떠올려주고 기회를 주는 이들에게는 늘 고맙다는 배정화. "센 캐릭터가 있으면 저를 먼저 생각해주는 것 같다. 그것만이라도 감사하다. 비주얼적인 면이나 연기적인 면, 모두 제게 쓰임새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단지 "제가 어떻게 디테일하게 다르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게 제일 큰 부담"이라고 전했다.



강한 캐릭터 위주의 연기를 펼치면 좋은 점도 있다. 사람들이 캐릭터와 배정화를 혼동해 분리해서 본다는 점이다. 배정화는 "인지도가 없는 게 좋다. 거리를 돌아다녀도 누군지 몰라서 편하다"면서 "'목격자'를 본 어떤 분이 저를 지칭하며 '405호 사는 여자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런 평가가 무척 뿌듯했다"면서 웃는다.




◆ 배정화의 평생 목표 = 연기



배정화는 그러나 "보여줄 게 많다"면서 다양한 기회를 갈망했다. 꼭 하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망설임 없이 '연애하는 캐릭터'를 꼽는 배정화다. "풍기는 이미지가 세다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안 그런 면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품 속 배정화는 강하지만, 작품 밖 배정화는 털털하면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한 전류가 흐르는 여성이다.



상경하자마자 깨졌다지만, "내가 제일 예쁘다"라는 착각 속에 살던 시절이 있을 만큼 배정화는 엉뚱하면서 당찼다. "미인이다"라는 칭찬에 "화면이 잘 안 받아서 속상하기도 하지만, 또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은 좋다"고 솔직하게 응수하는 배정화를 보면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와 괴리감이 생겨 한동안 멍하게 보게 된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 걸어갈 앞날이 창창한 배정화. 목표를 묻자 오로지 연기를 잘하고 싶단다. 그래서 잘하는 연기가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 배정화는 '목격자'에서 호흡한 이성민의 연기를 예로 들며 "나는 저렇게 리액션을 안 했을 것 같은데, 선배님은 완전히 다르게 리액션을 할 때가 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연기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연기 지론을 펼치는 배정화. "그런데 저는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연기력이 가주지 않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해서 배우를 하겠나' 하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는 연기 고민을 토로한다. 그런 배정화의 세월,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는 어떨까. 궁금증 해소보다는 상상을 더하는 인터뷰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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