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인터뷰] '버닝' 이창동 "여성향한 한국남성 고정관념 그렸다" ③

[칸@인터뷰] '버닝' 이창동 "여성향한 한국남성 고정관념 그렸다" ③

2018.05.19.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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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이창동 감독)에는 여러 은유들이 담겨 있다. 청춘, 시대, 경제, 사회, 젠더. 영화가 곧 미스터리라는 감독의 말처럼 '버닝'에 담긴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가 된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작 '버닝'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세 젊은이 종수(유아인), 벤(스티븐 연), 해미(전종서)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 한 사건을 그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1983)를 원작으로 한다.



"꼭 청춘의 분노에 규정하고 싶진 않아요. 이 세상, 세대에 대해 묻고 싶었죠. '버닝'은 종수의 이야기라기보다 종수와 벤 그 어딘가의 이야기,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여자의 이야기예요. 농촌공동체가 급격히 없어져 가는 가운데 파주라는 공간에 사는 종수와 서래마을이라는 세련된 동네에 사는 벤. 작은 집에 혼자 사는 가난한 여자 해미. 이들의 사는 세상이라는 미스터리에 대한 영화입니다."



용산 참사, 청년 실업…. '버닝'에 녹아든 여러 사회적 코드 가운데 여성을 향한 한국사회의 비뚤어진 시선도 곱씹어 볼 만 하다. 아예 "여자로 사는 게 쉽지 않아요", "아무 남자 앞에서나 옷을 벗어, 창녀처럼"이라는 대사가 등장하지 않나.




"종수는 어쩔 수 없는 남자예요. 한국에 사는 남자. 한국 남성적인 시선을 갖고 있죠. 그것을 개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떤 러시아 배우가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너 왜 남자들 앞에서 그렇게 쉽게 옷 벗어. 창녀처럼'이라는 (종수의) 대사를 러시아 남자들도 똑같이 말한다고요.(웃음) 종수는 해미한테 그런 말을 내뱉고도 해미에게 어디냐고 전화 걸잖아요. 여자로 사는 게 힘들어요. 힘듭니다. 여성에 대한 두터운 고정관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종수가 "창녀처럼 옷을 벗냐"라고 질책한 것은 혜미가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추던 순간이다. 대마초를 피운 뒤 붉은 석양 앞에서 상의를 벗어던진 채 삶의 의미를 갈구한다. 아름답고도 외로운 장면이지만 종수는 벤 앞에서 옷을 벗어던진 혜미가 못마땅할 뿐이다.



"해미는 홀로 삶의 의미를 구하는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춥니다. 삶의 의미를 누가 알겠어요. 본연의 모습에 다가가는 것이니 자신을 가리던 옷을 벗어던지는 거죠. 그곳엔 질서의 상징인 국기도 있죠. 질서와 상관없이 해미는 모든 것을 초월한 춤을 추는 거죠. 저녁노을은 밤과 낮의 경계,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말합니다. 계산되지 않은 자유로움이 중요한 장면이에요."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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