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김태리 "강동원 첫등장에 탄성…사랑은 아니죠"[인터뷰]

'1987' 김태리 "강동원 첫등장에 탄성…사랑은 아니죠"[인터뷰]

2018.01.06.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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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김태리는 영화 ‘1987’(장준환 감독)로 돌아왔다. ‘1987'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경찰의 사건 은폐 공식 발언으로도 유명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소재로, 이를 은폐하려는 공안 당국과 민주화를 이끌려는 대학생, 자유화를 외치는 언론을 그린 영화다. "쇼트트랙 릴레이 계주 같은 영화"라는 김윤석의 설명처럼 '1987'은 선택에 충실했던 이들의 행동이 연쇄적으로 맞물리며 역사를 만들어낸 순간을 담아냈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어요. 구조 자체가 독특하잖아요. 박처장(김윤석)을 가운데 두고 모든 인물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사건이 이어나가는 게 흥미로웠죠. ‘아가씨’ 이후 작품이라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아가씨’ 바로 다음으로 선택한 ‘리틀 포레스트’(내년 개봉 예정)는 제가 주연이라 부담이 컸지만, ‘1987’은 많은 선배가 나오니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죠.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앞부분에서 선배들이 쌓아온 에너지를 제가 받아서 그 에너지를 딛고 흘러가야 하니 다이내믹한 감정이 많았어요. 연기하면서 고민이 생긴 케이스랄까.”



대공수사처장, 검사, 기자, 교도관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하는 가운데 관객이 감정적으로 기댈 캐릭터는 다름 아닌 김태리가 연기한 대학생 연희다. 연희는 추악한 권력에 맞서는 이들이 옳다는 걸 알지만 남겨진 가족의 슬픔 또한 잘 알기에 침묵에 동조하고자 한다.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좋아하고, 고물 카세트 라디오에 짜증내다가도 첫 미팅에 가슴 설레 하는 연희는 2017년을 살고 있는 보통의 우리를 대변한다.




김태리는 매주 광화문 촛불 시위에 나가던 시기, 영화 ‘1987’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매주 추위를 뚫고 촛불을 들고 외쳤지만 한편으론 회의적이었다. 내 외침이, 우리의 외침이, 이 수백만의 외침이 과연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머릿속에 물음표가 한 가득이었다. 비관적이었다. 그럼에도 광장으로 나가지 않으면 미칠 것처럼 답답했을 때 받아든 ‘1987’ 속 연희의 모습이 딱 자신을 보는 듯 했다.



“연희를 연기하면서 제 마음 속에 숨어있던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영화의 엔딩에서 연희가 (6월 항쟁에서) 목격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손짓 역시 마찬가지일 거예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서 연희는 구원 비슷한 것을 느꼈을 거예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미쳐버릴 것 같으니 광장으로 나간 거죠. 촛불을 들었던 시민이나 ‘1987’의 연희 모두요. 그럼에도 제가 경험한 촛불 시위와 연희가 경험한 광장은 조금 다르죠. 제가 광화문 광장에서 느낀 감정은 슬픔이었어요. 저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과 삶을 버리고 추운 광장에 뭔가를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서로 힘을 내고 있는 모습이 슬프더라고요. 울컥했어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 ‘1987’의 광장은 ‘종교가 있다면 이런 것일까’라는 마음이었어요. 이 엉망진창이 된 상황과 가족의 아픔, 슬픔을 이 사람들이 구원해줄 것 같은 희망을 느끼지 않았을까. 장준환 감독님께서는 조금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요.(웃음)”



‘1987’에는 수많은 실존인물이 등장하지만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는 이 영화의 유일한 가상인물이다. 연희는 우연히 데모 현장에서 잘생긴 남학생(강동원)을 돕게 되고, 이 학생을 따라간 만화 동아리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실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군부 독재 세력의 추악한 민낯은 목도하게 된 것. 연희와 잘생긴 남학생의 이야기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1987’에서의 유일한 러브라인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메시지가 중요한 이 ‘1987’에서 영화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김태리의 생각은 달랐다.




“몇 장면 더 촬영하긴 했는데, 러브라인으로 빠질 것을 우려해 삭제한 부분들이 있어요. 연희의 감정 신이었는데 혹시나 사랑으로 읽힐까 싶어 편집한 거죠. 연희와 잘생긴 남학생의 이야기는 멜로나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진 않았어요. 생각해보세요. 갓 스무 살이 된 대학생이 키 크고 잘생긴 남학생과 드라마틱한 첫 만남을 가졌는데, 그 남학생이 자기를 기억 못하면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겠어요. 한편으론 설레기도 하고요. 그 설렘이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진 않았다고 봐요.”



김태리는 첫 호흡을 맞춘 강동원에 대해 “엄청난 학구파”라고 했다. 현장에서 책을 쌓아놓고 읽는 것은 기본, 감독도 감탄할 정도로 6월 항쟁 관련 자료를 빈 틈 없이 공부했다고.



“동원 선배님, 아, 정말 잘생기셨죠.(웃음) 영화에서 첫 등장할 때 관객석에서 탄식이 나오는 걸 보고 선배님의 등장 장면이 영화적으로 이런 장치인 줄 몰랐어요. 으하하. 동원 선배님은 곁에서 지켜보기에 엄청난 학구파예요. 공부를 엄청 많이 하더라고요. 부족한 부분을 최소화하려고 책을 쌓아놓고 보더라고요. 감독님과 얘기 나누는 걸 들어보니 거의 모든 자료, 영상에 대해 알고 있더라고요.”'




실제 대학생 김태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나운서를 꿈꿔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진학한 김태리는 학창 시절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거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왔다. 현실의 바닥에서 길어 올린 인생 경험은 또래에게선 쉬이 느껴지지 않는 남다른 생활력을 갖게 했다.



지난해 이런저런 고민으로 심란한 연초를 보내고, 중반기엔 ‘1987’과 ‘리틀 포레스트’ 촬영을 병행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 김태리. 요즘엔 ‘1987’ 홍보와 이병헌과 함께 하는 tvN 새 주말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에 한창이다. 특히 ‘미스터 선샤인’에서는 20살 연상 이병헌과 멜로 연기를 펼쳐야 한다.



“이병헌 선배님과 아직 함께 촬영한 분량은 없어요. 선배님 성격이요? 많이 무뚝뚝하시던데요?(좌중 폭소) 20살 연상이라 걱정하시는 지점을 모르진 않아요. 아직 대본이 완고가 안 나와서,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저 역시 궁금해요. 최선을 다해봐야죠.”



김태리는 “닥쳐야 고민하는 스타일”이라며 지난해 초 어떤 고민을 했냐고 묻자 “이미 지나간 고민”이라며 말을 머뭇했다. 대신 지금은 단단히 중심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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