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김현준, 가해자를 연기한다는 것..그리고 진심 [인터뷰]

'한공주' 김현준, 가해자를 연기한다는 것..그리고 진심 [인터뷰]

2014.05.08. 오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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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나영 기자] 영화 '한공주'(이수진 감독)에서 관객들을 분노케하는 가장 큰 중심인물은 고등학생 민호다. 의료용 스태플러로 위압감을 형성하는 민호는 공주(천우희)와 함께 영화 사건의 중심에 있다. 욕 먹을캐릭터. 하지만 이를 연기한 배우는 눈여겨 볼 만 하다.

오디션을 통해 민호 역을 거머쥔 배우는 김현준. 모델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그는 천연덕스럽게, 그래서 너무나 미울 정도로 민호 역을 자연스럽게 해냈다. '한공주'가 국내외 뜨거운 호응과 사랑을 받는 영화인 만큼 김현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이 배우의 속내가 궁금했다.


범죄 가해자를 연기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거부감은 좀 있었죠, 물론. 하지만 전체적인 대본 숙지를 하고 나니 작품이 정말 좋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하는, 좋은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1991년생인 김현준이 '한공주'를 찍은 건 2년 전. 당시 22살이었다. 실제로 고등학생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고, 지금보다 얼굴에 젖살이 붙어 있다. 영화를 보면 실제 고등학생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촬영 2년 뒤 영화를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지만 본인의 모습에서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껴 부끄러웠다는 그다.

주위의 반응을 물었다. 이에 그는 담담하게 "지인들이 X또라이님이라고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되게 기분좋은 얘기는 절 아시는 분들이 김현준이 나쁜 짓을 했다고 보는 게 아니라, '민호'가 나쁜 애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민호에게서 김현준이 안 보였다는 건 배우로서 칭찬이니까요."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아이. 일상생활을 하듯 자연스럽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것이 폭력이란 것을 알지도, 관심도 없는 듯 또 금방 잊어버릴 것만 같은 아이. 이수진 감독이 이런 민호에 대해 어떤 디렉션을 했냐고 묻자 김현준은 "너는 이미 나쁜 아이고, 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힘을 빼고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민호라는 아이는 아무 죄책감 없이, 정말 친구한테 장난 치듯 해야한다고요."

단도직입적으로 민호가 이해가는 부분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정말 이해가 잘 가지 않아 주위에 있는 전직 일진 아이들을 수소문해서 만나기도 했어요. 전 학창시절에 두리뭉실한 애였거든요. 그래서 운동 잘 하는 애들, 공부 잘 하는 애들, 그리고 좀 논다는 아이들하고도 두루두루 친했어요. 그 일진 아이들에게 과거를 물어봤더니 별 기억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별 기억이 없다. 민호에 대입하자면, 누군가를 괴롭히는 게 아주 자연스러워 특별히 인상이 남지 않는다는 말. 공주와 같은 피해자가 생겨나는 현실에서 가슴 아픈 일이다.

민호가 영화가 끝난 후 어떻게 살 것 같냐고 물었다. 이에 김현준은 "민호는 그냥 그렇게 살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자세히 등장하지는 않지만, 민호의 전사는 엘리트에 키도 크고 잘 생기고 공부도 잘 하고 운동신경도 좋고 부족한 게 없는 아이다. 그러면서 애들도 괴롭히고." 영화 속 민호는 아버지가 의사이기 때문에 의료용 스태플러가 갖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최대한 영상물은 참고하지 않으려고 했단다.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게 될 수 있으니까. 대신 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서적을 참고했다. "제가 연기를 많이 해보지는 않아서, 오히려 그런 원석에서 나오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그런식으로 접근했습니다."



극 중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이지만 실제 천우희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만나서 차 한잔 할 정도로 친해졌다고 한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단체 카톡방도 있다고. 촬영하면서 천우희에게 미안하지는 않았냐고 묻자 "컷 하면 '누나 괜찮아요?'라고 묻기도 했는데, 죄책감을 갖고 연기를 하면 민호 자체가 안 되는 것이었기에 최대한 안그렇게 하고자 했다. 물론 컷 하면 바로 나로 돌아왔다"라고 대답했다.

김현준에게는 이 작품이 첫 영화다. 악역이었지만 달콤했다. 그는 "첫 영화여서 모든 게 신기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밤샘 촬영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 많이 배워서 힘들었다는 생각은 단 1% 생각도 하지 않았다"라며 웃어보였다.

영화가 호평을 받아 자랑스러우면서도 얼떨떨하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계속 "부족하다"라도 자신의 채근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악역의 정점을 찍어보고 싶어요. 반대로 라이트한 재미있는 역할도 해 보고 싶고요. 드라마 속 착한 실장님 같은 절제된 멋이 있는 연기도 해 보고 싶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죠."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고 중저음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 젊은 배우의 앞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모델이 되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고, 또 모델에서 연기자로 전향하는 과정도 절대 쉽지만은 않았던 만큼 이 악물고 실력을 쌓겠다는 그다. '한공주' 외에도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 '불꽃 속으로' 등에 출연했고, 영화 '내 일곱 번째 남자'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테니, 민호는 미워도 저는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착한 사람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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