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효리네 민박'PD "제작진 논거같단 말 들을 때 기분 좋아"

[Y메이커①] '효리네 민박'PD "제작진 논거같단 말 들을 때 기분 좋아"

2017.09.23. 오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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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효리네 민박'PD "제작진 논거같단 말 들을 때 기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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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요가를 한 뒤 돌아와 한숨 자고 일어나, 차 한 잔과 함께 느긋하게 시작되는 하루. 반려견들과 산책하고 노을을 바라보는 일이 부부의 가장 중요한 일과다. 민박집을 운영하면서도 낮잠의 여유는 포기할 수 없다. 멍 때리기 좋아하는 알바생에게는 최적의 일 터인 효리네 민박집은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는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듯하다.

1분1초가 채널 전쟁인 요즘, JTBC '효리네 민박'은 전혀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빠른 장면 전화도, 재치 가득한 자막도 없다. 이효리의 속마음을 들어보는 제작진 인터뷰도 없고, 스튜디오에서 VCR로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패널도 없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고공행진해 9%를 돌파, JTBC 예능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인위성을 최대한 배제한 자연스러움이 가져 온 효과는 굉장했다. 시청자는 아무런 방행도 없이 '효리네 민박'의 일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잔잔한 호수 위의 백조 같은 '효리네 민박' 뒤에는 분주히 움직이는 제작진이 있었다. 정효민 PD와 마건영 PD는 "우리가 보고 느낀 그대로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Q. 민박이라는 장치를 더해 가상의 상황을 만든 한편, 촬영 방식은 극도의 리얼리티다. 담는 방식은 어떻게 결정했나?
마건영PD(이하 마) : 기본적으로 그 집에 처음갔을 때 느낌을 잃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것을 시청자와 함께 느끼고 싶었다. 그러려면 제작진이 인위적으로 코스를 짠다던지, 기존 예능에서 많이 하던 방식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Q.제작진으로서 기대하는 영상과 에피소드가 있을텐데 개입 없이 놔두는게 걱정은 안 됐나?
정효민 PD(이하 정) : 물론 그런 장면이 있었지만 '꼭 오늘 나와야 돼'가 아니라 촬영 기간 중에 한 번 쯤 나왔으면 했다. 보름 정도 찍으니까 우리가 생각한 장면들이 하나 씩은 다 나왔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나왔다.

Q.그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처음부터 나오진 않았을텐데.
정 : 아무래도 둘만 살던 공간에 카메라와 손님이 들어오는데 의식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어색함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일주일 전 카메라를 설치해 둬 적응기를 가졌다. 카메라와 스태프가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Y메이커①] '효리네 민박'PD "제작진 논거같단 말 들을 때 기분 좋아"


Q.촬영할 때 터치를 거의 안 했나고 보면 될까?
정 : 음...그것은 특별히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제작진이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청자들이 생각한 세계가 깨지는 거니까.
마 : 리얼리티라는 이름의 판타지인데 그걸 깨고 싶지 않다. 뭔가를 인위적으로 많이 하진 않았지만, 아주 안 하지도 않았다는 말씀만 드리겠다.(웃음)
정 : 영업비밀이다.(웃음)

Q.분량이 많아서 후반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마 : 민박집 뿐 아니라 헬리캠 등을 활용해 풍경을 촬영한 분량도 엄청나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정 : 우리 둘을 제외하고도 PD가 7명이 있는데, 일주일에 3일 밤을 새면서 편집을 한다. 잔잔한 호수의 백조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내려고 물 밑에서는 계속 발을 움직이고 있다.

Q.제작진에게도 새로운 시도, 다른 예능을 할 때와 다른 점?
마 : 여러 장르의 예능을 했지만 방송에는 일종의 공식이나 약속이 있다. 그런 것들을 조금 벗어 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컷이나 자막, 호흡에 대한 강박관념을 덜어내고 하고 싶은대로 했다. 일반 예능은 '채널 돌아가지 않을까? 지루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여지가 없이 분량을 압축시킨다. '효리네 민박'은 우리가 좋다고 느꼈고, 의지를 관철시켜서 방송에 나갔을 때, 그리고 그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희열을 느꼈다.
정 : 전작 '말하는대로' 때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웃긴 것만 예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웃긴 건 예능의 한 부분이고, 봐서 즐거우면 다 예능인데. '말하는대로'가 절반정도 성공이었다면 이번엔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Q.요즘 예능이 전반적으로 그런 추세로 가는 것 같다.
정 : 웃음만 내세운 TV 콘텐츠의 경쟁력이 없어지는거 같다. 인터넷에 훨씬 웃긴 콘텐츠가 많으니까. TV에서는 한 시간이라는 호흡을 갖고 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감정선이 있어야 승부수가 된다고 본다. 그런 이유에서 여행이나 관찰을 기본으로 한 예능이 많이 나오는거 같다.

[Y메이커①] '효리네 민박'PD "제작진 논거같단 말 들을 때 기분 좋아"

Q.PPL 최소화도 자연스러움에 한몫 한 거 같다.
정 :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 씨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프로이기에 PPL이 조심스러웠다. 제작진 입장에서 제작비는 충당해야 하니까 안 할 수는 또 없고. 담당 부서와 유기적으로 논의해서 이효리 씨의 삶을 표현하는데 거슬리지 않는 한 두개 정도를 받기로 했다. 차량과 음료였는데 다행히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는 요소들이어서 어려움을 덜었다.

Q.'효리네 민박'은 방송 전 촬영을 다 마쳤는데. 예능도 드라마처럼 사전제작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
마 : 장단이 있는거 같다. 사전 촬영 했다고 해서 여유를 갖고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그때 그때 출연자 관련 이슈 같은 시의성도 중요해서 꼭 사전제작이 좋다고 단언하긴 어려울 거 같다.

Q.제작진 인터뷰도 없고 컷도 많지 않고. 제작진이 편하게 작업했단 오해를 살 법도 한데.
정 : 그렇게 보였으면 성공이다. 하하. 처음 이효리 씨 집에 가서 1박2일 있으면서 그 분위기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정했고 그걸 잘 전달하기 위해 관찰 예능의 형태를 택했다. 주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방식은 보통 제작진과 출연진의 갈등이 보이고, 제작진이 출연진을 설득해 끌고 가는 방식. 이를 탈피해 제작진이 최대한 덜 보이면 이효리의 삶이 더 부각될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잘 전달된거 같다. '제작진이 놀았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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