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INT] '엇갈리는 반응' KFA는 왜 '하락세' 벤투 감독을 선택했을까?

[A-POINT] '엇갈리는 반응' KFA는 왜 '하락세' 벤투 감독을 선택했을까?

2018.08.17. 오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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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신문로] 정지훈 기자= 반응은 엇걸리고 있다. 유럽 출신의 명장을 기대했지만 대한축구협회(KFA)가 선택한 인물은 최근 중국 슈퍼리그 충칭에서 경질된 파울루 벤투 감독이었다. 그렇다면 KFA는 왜 '하락세' 벤투 감독을 선택했을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의 김판곤 위원장은 7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A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벤투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2019 아시안컵이 7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4년 후를 준비한다는 계획으로 차기 감독 물색이 시작됐다. 이에 협회는 유명한 감독이 아닌 한국 대표팀에 맞는 유능한 감독을 뽑겠다고 했고, 신태용 감독의 유임 가능성 역시 남겨 두었지만 결국 KFA의 선택은 벤투 감독이었다.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KFA가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카를로스 케이로스, 키케 플로레스 등 유럽 출신의 명장들이 이름이 대거 나왔기에 엄청난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KFA가 선택한 인물은 최근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중국 충칭 리판에서 좋지 못한 결과로 팀을 나온 벤투 감독이었다.

그렇다면 KFA는 왜 하락세인 벤투 감독을 선임했을까?

# 우선 협상 대상자와 협상에 실패한 KFA, 차선책이 바로 벤투 감독!

많은 감독들이 1차 후보에 올랐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레스터시티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전 독일 감독,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일본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고, 김판곤 위원장은 7월 9일 직접 유럽에 나가 후보군들과 접촉했다. 여기서 카를로스 케이로스 전 이란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전 멕시코 감독, 에르베 레나르 모로코 감독이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됐지만 모두 결렬됐다.

플랜B를 가동해야 했다. 감독선임 소위원회는 다시 빠르게 후보군을 추렸고, 키케 플로레스 전 에스파뇰 감독, 후안데 라모스 전 말라가 감독, 슬라벤 빌리치 전 웨스트햄 감독 등이 새롭게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이후 김 위원장은 직접 유럽으로 날아가 벤투, 플로레스 감독 등과 만났지만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이유는 분명했다. 다른 감독들은 한국 대표팀과 다음 월드컵까지 함께 하는 것을 꺼렸고, 장기간 한국에 거주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달랐고,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입해 결국 한국 대표팀 차기 사령탑에 오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김판곤 위원장은 "모든 것을 고려해 3명의 후보를 선정했다. 우선 협상 대상자에 대해서는 동시에 협상을 진행했다. 세 분 모두 월드컵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여유가 없었다. 후보 감독들이 7월 말까지 계약이 돼있었기 때문에 그전에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 그러나 후보들이 다른 나라와 연결된 상황이었고, 데드라인을 설정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어려움이 있었다. 위약금 문제도 있었고, 다른 후보는 협회가 감당할 수 없는 큰돈을 요구하면서 8월 5일자로 협상이 모두 결렬됐다. 이번 선임 과정에서 해외 에이전시에 감독을 연결해달라고 요구했고, 협회로 직접 들어온 포토 폴리오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축구 철학을 가진 감독들은 우리가 지켜봤다"며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김판곤 위원장은 "8월 9일 두 번째 유럽 출장을 진행했다. 유럽 현지를 돌면서 총 네 분과 미팅을 진행했고,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했다. 그중 우리가 원하는 축구 철학과 한국에 오는 진정성을 지켜봤다. 결과적으로 포르투갈을 이끌었던 벤투 감독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계약을 체결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을 유로 2012 대회에서 4강으로 이끈 감독이고 포르투갈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컵대회 왕자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벤투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밝혔다.

# 벤투 감독의 진정성과 차원이 다른 훈련 방법...KFA가 선택한 이유

사실 벤투 감독은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 선수단과 마찰이 있어서 경질됐고, 중국 충칭에서는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났다. 이런 이유로 최근 감독 커리어가 좋지 않은 벤투 감독을 영입한 것에 대한 축구 팬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현실은 차가웠다. 이에 대해 김판곤 위원장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 우리 포토폴리오에 있는 감독들은 누가 와도 팬들이 만족할 만한 감독이었다. 협회가 이번에는 높은 금액을 책정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우리와 철학이 맞는 감독들을 접촉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몇몇 대리인들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요구했고, 어떤 감독들은 다른 곳에서 오퍼가 오니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우선적일 수는 없었다"며 한국 축구의 현실은 차가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실의 벽이 높은 상황에서 KFA는 벤투 감독의 진정성을 높게 평가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벤투 감독은 우리와 미팅 과정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과 준비 과정에 대한 분석을 준비해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축구 철학을 가미해 어떤 부분을 고쳐나갈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감독의 철학을 알 수 있었고, 벤투 감독은 효율적인 수비와 역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한국 축구의 철학과 부합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공격에서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명확하게 설명해줬다. 벤투 감독은 우리에게 훈련 준비 등 많은 것을 질문했고, 우리도 그에 대한 답변을 했다. 우리는 역량이 있는 감독이라 평가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판곤 위원장은 "저 역시도 우리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감독들을 리스트에 넣었고, 접촉을 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진정성이 없는 감독이라면 의미가 없었다. 벤투 감독은 한 번 하락세를 보였지만 한국에서 다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선택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제 무리뉴 감독 등 포르투갈 출신 감독들이 세계무대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 축구의 체계적인 훈련 방법이 좋은 평가를 얻고 있고, 김판곤 위원장 역시 벤투 감독의 훈련 방법에 매력을 느꼈다.

이에 대해 김판곤 위원장은 "포르투갈의 훈련 방법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아시아의 저변이 좋지 않은데 벤투 감독을 통해 다른 수준의 훈련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훈련 방법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진정성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저는 벤투 감독이 우리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훈련 모듈이라는 분석 프로그램이었다. 공수 전환, 역습 등 여러 가지 순간이 나왔을 때 철학을 이야기해줬고, 훈련 방법을 직접 봤다. 포르투갈 축구의 훈련은 상대를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벤투 감독이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와 예선 전 경기를 다보고 분석을 해왔다. 개선해야 될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의 압박에 대한 대응, 공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축구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벤투 감독 사단의 훈련 방법은 우리에게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높은 기대감을 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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