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POINT] '박항서 매직'을 만든 둘의 의미 있는 동행

[U-23 POINT] '박항서 매직'을 만든 둘의 의미 있는 동행

2018.02.09. 오전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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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인천 송도동] 유지선 기자= 베트남이 새해부터 축구 열기로 들썩였다. 베트남 U-23 대표팀이 거둔 성공적인 성과로 인해 '박항서 매직'이라는 단어까지 탄생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준우승이란 쾌거를 이뤘다. 베트남 축구역사상 준우승이란 업적을 달성한 건 최초로, 베트남은 대회 기간 내내 축구 열기로 들썩였다.

베트남 U-23 대표팀을 이끌고 새로운 역사를 쓴 박항서 감독은 지난 8일 금의환향했다. 입국 후 나란히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놨다.

# 책임감과 기대를 안고 함께 떠난 베트남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조합이 이제는 꽤 친숙한 조합이 됐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창원시청을 이끌던 도중 베트남축구협회로부터 감독직 제의를 받았고, 고민 끝에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트남은 생소한 곳이었다"던 박항서 감독은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베트남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그의 옆에는 이영진 수석코치가 함께했다. 박항서 감독은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함께 동남아를 개척해보자며 농담 섞인 제안을 했고, 이영진 코치는 박항서 감독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과거 럭키금성 시절부터 함께하며 30년 넘게 쌓아온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믿음이 있었다"고 간단명료하게 답한 이영진 코치는 "감독님의 도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박항서 감독의 제안을 수락하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둘은 성실하게 팀을 이끌다보면 후배들에게도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란 기대를 품고 베트남을 향했다.

# '지휘자' 박항서 감독과 든든한 '조력자' 이영진 코치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떠난 베트남행, 그러나 마술 같은 일이 펼쳐졌다. D조에서 1승 제물로 평가받았지만 1승 1무 1패로 선전하며 D조 2위로 8강에 진출했고, 이후 이라크와 카타르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에서는 폭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연장전까지 혈투를 펼쳤다. 결과는 아쉬운 1-2 패배였지만,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호평을 받았다.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도 훌륭했지만, 그 옆에서 묵묵하게 조력자 역할을 해준 이영진 코치도 큰 역할을 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면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큰 고민 없이 이영진 코치를 꼽았다. "이영진 코치가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 예상 밖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운을 뗀 박항서 감독은 "함께 떠나자고 했을 때 조건 없이 나를 따라줬고, 대회 기간에도 서로 많은 논의를 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베트남에 도착해 선수들과 만난 이영진 코치는 박항서 감독에게 곧바로 제안을 했다. 선수들의 체구가 작아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영진 코치는 "선수들이 체중을 좀 늘려서 힘이 생기길 바랐고, 이를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선수들의 식단을 고단백질 음식 위주로 직접 지시하고, 밤 9시부터 30분간 주 4-5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상체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 것이다. 한 달간 진행된 특별 관리는 실제로 대회 기간 내내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긴장할 때면 이영진 코치가 옆에서 "즐기시라"며 경직돼 있는 박항서 감독을 풀어줬다.

# '박항서 매직'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박항서 감독의 에이전트사 이동준 대표는 "이번을 계기로 베트남에 한국 감독들에 대한 강한 믿음이 생긴 것 같다. 개인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향후 한국 감독들을 향한 수요 증가로까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흡족해했다.

첫 시작부터 깊은 인상을 남긴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국가대표팀과 U-23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며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낼 예정이다. 중요한 대회들도 앞두고 있다. 3월 27일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요르단 원정 경기에 나서며, 8월에는 아시안 게임, 11월에는 스즈키컵을 치른다.

스즈키컵은 2년 마다 열리는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 대회로, 베트남이 정상에 오른 건 지난 2008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특히 베트남은 최근 2연속 준결승에 올랐지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우승을 향한 갈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박항서 감독도 "올해 일정 중 베트남 축구협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스즈키컵"이라면서 연말로 예정된 스즈키컵을 목표로 팀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뒤에는 열띤 성원을 보내주는 베트남 국민들이, 옆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는 박항서 감독. '박항서 매직'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사진= 윤경식 기자, 베트남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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