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INT] 졸전+출정식 희생양, 완벽하게 남의 잔치였던 올스타전

[K-POINT] 졸전+출정식 희생양, 완벽하게 남의 잔치였던 올스타전

2017.07.30. 오전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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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누구를 위한 올스타전이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2017 K리그 올스타전이라 불렀지만 주최한 베트남에서는 동남아시안게임(SEA)의 출정식을 넘어 국가대항전의 성격이 강했다. 결국 K리그 올스타전은 졸전 끝에 패배를 당했고, 출정식의 희생양이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K리그 올스타팀은 29일 오후 10시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 기념 2017 K리그 올스타전' 베트남 U-22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배했다. 이날 승리한 베트남 대표팀은 SEA의 출정식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며 자신감을 얻었고, K리그 올스타팀은 무리한 베트남 원정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 의도는 좋았지만...애초부터 무리였던 베트남 원정

의도는 좋았다. 지난해 여러 가지 문제로 K리그 올스타전을 개최하지 못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고심 끝에 2017 올스타전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됐다. 이유는 다양했다. 일단 이번 올스타전은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축구를 통해 양국의 우호와 친선을 다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이번 올스타전을 계기로 K리그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도 있었다. 특히 베트남 최고 축구스타인 쯔엉(강원)이 K리그에 진출함에 따라 최근 베트남에서는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는데 이를 계기로 이번 올스타전이 베트남에서 열리게 됐다.

부수적인 수입도 따라왔다. 이번 올스타전을 베트남에서 열면서 프로축구연맹은 수억 원의 대전료를 받았고, 국내에서 올스타전을 열 때 발생하는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취지와 의미를 놓고 본다면 나쁘지 않은 기획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있었다. 현재 K리그 클래식은 한창 시즌 중이다. 그것도 주중과 주말에 경기를 치르면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치열한 순위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연맹은 이번 올스타전을 준비하면서 수준 높은 경기를 위해 챌린지가 아닌 클래식 선수들로만 선수단을 꾸렸는데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각 팀 주요 선수들이 얼마나 동기부여를 가질지 의문이었다. 특히 염기훈, 곽태휘 등 베테랑 선수들은 체력적인 문제까지 함께 해야 했다.

팬들도 반발했다. 의도는 충분히 이해했지만 원래 올스타전이라는 이벤트는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다. 그러나 이번 올스타전이 베트남에서 열리면서 팬들이 경기장에 찾을 수 없게 됐고, 이런 이유로 팬들은 '누구를 위한 올스타전인가?'며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동기부여 없는 올스타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앞서 말한 대로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동기부여를 찾지 못했다. 선수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베트남을 찾았지만 막상 가보니 국가대항전의 성격이 더 강했고, 경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다년간 조직력을 쌓은 베트남 SEA게임 대표팀을 상대해야 했다.

그래도 기대는 받았다. 왜냐하면 아시아 최강 리그라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베트남 대표팀은 22세 이하 선수로만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실력, 경험 등 모든 면에서 K리그 올스타팀이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반 5분 김신욱이 슈팅 찬스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전혀 달랐다. 베트남 대표팀은 전반 중반이후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전반에만 무려 10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올스타팀은 단 2개에 불과했다. 만약 김용대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대량 실점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후반도 달라지지 않았다. 졸전을 펼친 올스타팀이 후반 시작과 함께 오범석, 곽태휘, 조현우, 양동현, 김민혁을 투입하며 변화를 가져갔지만 이미 자신감이 오른 베트남을 막지 못했다. 결국 선제골의 몫은 베트남이었다. 후반 25분 오른쪽 측면에서 토앙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수비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올스타팀은 안현범을 투입하며 측면을 강화했지만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졸전 끝에 패배를 당했다. 스코어는 0-1이었지만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후반에도 더 많은 골을 내줄 수 있었고, 어쩌면 0-5 스코어까지 나올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쉬움을 전하면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는데 그만큼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완패였고,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국가대항전을 치렀다고 말할 수 있었다.

K리그 올스타팀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일단 체력 문제가 가장 크다. 이날 경기를 통해 김신욱, 김진수 등 몇몇 선수들은 풀타임 활약했는데 곧바로 리그로 돌아가 8월 2일 주중 경기를 치러야 한다. 45분만 소화했다고 해도 베트남 원정의 피로는 충분히 풀리지 않는다. 여기에 베트남에 K리그의 위용을 보여줬어야 했지만 오히려 좋지 못한 이미지만 심어줬다.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최악에 가깝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부심은 사라졌고, 선수들은 체력적인 문제로 리그에 차질을 빚게 됐다. 또한, 베트남 대표팀의 출정식에서 희생양이 되는 굴욕까지 맛봤다. 결과적으로 이번 올스타전은 완벽하게 남의 잔치였고,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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