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컵 결산] 23명 모두가 챔피언이었던 '원팀' 슈틸리케호

[亞컵 결산] 23명 모두가 챔피언이었던 '원팀' 슈틸리케호

2015.02.01. 오전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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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시드니(호주), 이균재 기자] 슈틸리케호의 23명은 모두가 챔피언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오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서 호주와 연장 혈투 끝에 1-2로 석패했다. 이로써 지난 1988년 이후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던 한국은 55년 만의 정상 탈환에 한 계단을 남겨두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축구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서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삼켰다. 영웅 홍명보 감독이 씁쓸히 퇴장했다. 난국을 타개할 구세주가 필요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해 9월 독이 든 성배를 들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1월 아시안컵 개막까지 불과 3개월 남겨둔 시점이었다.

악재가 겹쳤다. 타깃형 스트라이커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으로 홍역을 앓았다. 박주영도 부진이 길어지며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을 모두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설상가상 에이스 이청용과 구자철은 대회 도중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손흥민 구자철 김진현 김주영 등은 감기 몸살로 적잖은 고생을 했다. 김창수 차두리 곽태휘 박주호 등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럼에도 빛나는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거뒀다. 23명이 모두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 들어 '23명론'을 줄곧 강조한 바 있다.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11명만이 아닌 23명의 모든 선수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언행일치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서 23명 중 22명의 선수를 기용했다. 3번째 골키퍼인 정성룡을 제외하고 전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통상 15~17명 내외의 선수들이 전력의 핵심을 차지하는 걸 감안했을 때 슈틸리케호의 행보는 파격에 가까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한국어로 준비한 게 있다. 진심으로 느끼는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서툰 한국어였지만 의미는 명확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라며 "미래를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겠다. 3일 전 훈련서 4강에서 주전으로 뛴 11명의 선수들과 비주전이었던 10명의 선수들로 나뉘어 훈련을 했다. 비주전 조엔 8명의 필드 플레이어와 2명의 골키퍼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이번 대회서 단 1분도 안 뛴 선수였다. 한국 대표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면 정성룡을 보고 넘버원 골키퍼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준우승이지만 11명이 이룬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이뤄낸 것이다. 대표팀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호는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모호한 팀이었다.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2차전 선발 라인업은 오만과 1차전과 비교해 무려 7명의 얼굴이 바뀌었다. 부상(감기 몸살)자들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슈틸리케호는 기어코 귀중한 승점 3을 얻었다. 호주와 3차전서도 대거 선수들을 바꿨음에도 또 다시 승점 3을 따내며 조 1위 8강행의 꿈을 이뤘다.

'원팀'은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논란이 됐던 단어다. 홍명보호의 의리 축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온갖 비난에 시달리며 하나로 똘똘 뭉치지 못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았고 메이저대회를 경험한 이들도 꽤 있었지만 결과는 최악에 가까웠다. 원팀을 강조했던 홍명보호가 하나의 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슈틸리케호는 달랐다. 태극전사들은 선발로 나오든 교체로 나오든 혹은 본업이든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이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선수단 23명 전원과 슈틸리케 감독, 코칭스태프 등이 모두 하나가 된 비로소 진정한 원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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