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순간 재구성, 넥센의 미스터리

끝내기 순간 재구성, 넥센의 미스터리

2014.11.11. 오전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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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인식 기자] 한국시리즈 5차전이 극적인 끝내기로 마무리됐다. 삼성 라이온즈는 통합 4연패에 한 걸음 다가섰고, 넥센 히어로즈는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은 9회말 터진 최형우의 극적인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삼성으로서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4번타자의 한 방이 터져 나왔고, 넥센은 승리 직전에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양 팀의 희비를 가른 것은 최후의 10분이었다. 삼성은 9회말 1사에 야마이코 나바로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는 듯 했지만 강정호의 실책으로 기사회생했다. 박한이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채태인이 우전안타로 불씨를 살렸고, 1루측 파울라인 안쪽을 빠르게 통과하는 최형우의 2루타에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경기를 승리로 끝냈다.

이 상황은 충분히 다시 돌아볼 가치가 있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시리즈 전체를 놓고 봐도 흐름을 바꾼 가장 중요한 한 타석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순간에 양 팀의 표정이 엇갈리게 한 2개의 키워드를 꼽자면 손승락의 ‘몸쪽 커터’, 박병호의 ‘수비 위치’였다.

우선 손승락은 마지막에 커터로 승부하다 최형우에게 장타를 허용했다. 몸쪽 낮은 코스에 초구를 넣어 스트라이크를 잡은 손승락은 2구째에 바깥쪽에 낮게 공을 뺐고, 3구째에는 파울이 나왔다. 이 타구도 1루수 박병호의 키를 넘겼는데,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왔다면 페어가 되어 경기를 좀 더 일찍 끝낼 수도 있었다. 4구째는 다시 바깥쪽으로 선택했다. 볼카운트는 2B-2S.

그러다 5구째에 던진 커터가 최형우의 먹잇감이 됐다. KBO 공식 어플리케이션에는 시속 144km의 슬라이더로 표시됐지만, 공의 속도와 궤적은 슬라이더보다 커터에 가까웠다. 문제는 코스였다. 슬라이더든 커터든 좌타자 몸쪽으로 말려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이는 공은 몸쪽에 몰리면 위험하다. 손승락의 경우 5구째가 최형우의 눈과 방망이에 걸려들기 좋은 곳으로 갔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손승락이 조금 더 어렵게 승부를 했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유인구를 더 활용하다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내면 후속타자 이승엽 타석에서 단타 하나에도 역전을 당할 위험이 있지만, 최형우를 삼진이나 범타로 낚았을 수도 있다. 이승엽 역시 타격감이 좋지 않아 만루에서 승부했더라도 승리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2B-2S에서 유인구 대신 몸쪽으로 과감한 승부를 걸고 들어간 것이 패배로 연결됐다.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박병호의 수비 위치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직후 “라인(을 지키는) 수비를 했는데 타구가 워낙 강해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지만, 실제 박병호는 우측 파울라인에 붙지 않았다. 3구 파울 타구가 나오기 전에도 1루 주자를 따라 2루 방향으로 가는 움직임을 보였고, 5구째에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갈 때도 베이스에서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이는 파울라인 안쪽을 파고드는 타구보다는 1, 2루 사이로 가는 타구가 많으므로 2루타로 인한 역전패의 여지를 조금은 열어두더라도 1루와 2루 사이를 좁혀 점수를 주지 않고 승리하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위험한 몸쪽 커터에 1루와 멀었던 박병호의 수비 위치가 더해지며 끝내기가 연출됐다. 3구째에 우측 파울라인에 붙는 파울 타구가 나온 뒤에도 수비위치가 조정되지 않은 것 역시 되짚어볼 부분이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도 넥센이 가장 아쉬워할 한 장면은 역시 강정호의 실책이었다. 강정호가 무리 없이 타구를 처리했다면 2사 주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손승락이 편하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시 돌아봐도 최형우의 2루타보다는 그런 배경을 만들어준 강정호의 실책이 더 큰 아픔이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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