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이슈] 변화 약속한 대종상, 불참에 대리수상 봇물...왜?

[Y이슈] 변화 약속한 대종상, 불참에 대리수상 봇물...왜?

2018.10.23. 오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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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이슈] 변화 약속한 대종상, 불참에 대리수상 봇물...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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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내부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건 영화인이 아닌 빈자리였다. 베일을 벗은 시상식은 명성에 비해 초라했고 진행은 여전히 미숙했다. 어느덧 55번째 돌을 맞은 대종상이 또 한 번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제55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열렸다. 배우 신현준과 김규리가 사회를 맡았다.

올해 대종상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앞서 영화제는 55년의 기나긴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공정성 시비, 이에 따른 대리 수상 논란으로 명예가 실추됐던바.

이에 대종상 영화제는 김구회 조직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며 체질적 변화를 꾀했다. 또한 심사위원 조직을 개편하고 심사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논란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정상화를 위해 영화제가 아직 갈 길은 먼 듯했다. 수상자의 불참, 연이은 대리수상, 미숙한 진행까지. 특히 불참한 수상자는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영화제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작품상과 남녀주연상. 작품상 수상작은 '버닝',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황정민과 이성민, 여우주연상은 나문희가 선정됐다. 하지만 수상자 중 이성민만이 유일하게 단상에 올랐다.

남녀 조연상을 받은 '독전'의 고(故) 김주혁은 물론, 배우 진서연도 함께하지 못했다. 의상상과 편집상을 수상한 스태프도 대부분 불참, 대리 수상자들이 연이어 트로피를 쥐었다.

이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명상. 음악상, 촬영상의 경우, 대리수상자가 현장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수상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음악상으로 '남한산성'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호명되자 단상에 올라간 건 트로트 가수 한사랑이었다.

이후 '남한산성'이 촬영상을 받으면서,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통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대신 무대에 오르기로 돼 있었는데, 다른 분이 무대에 올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시상식은 한 해 동안 작품 제작 및 연기에 힘쓴 영화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의욕을 고취하는 자리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들이 빠지면서 영화제는 그 목적성을 잃고 말았다.

저마다 불참에 이유는 있었다. 촬영 스케줄 및 신변의 이유로 자리하지 못했다. 보통 1년 전에 날짜가 확정되는 시상식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정을 미리 조율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불참이 비단 스케줄 문제가 아닌 곧 영화제 주최 측과 영화인 간의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1987'의 장준환 감독은 "오늘 시상식을 보니 약간의 쓸쓸함이 보이는 것 같다. 대종상의 뿌리만큼, 더 큰 축제로 자라나길 응원하겠다"며 대종상영화제를 향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종상이 무늬만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나아가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변화를 약속한 대종상의 이번 행보가 유독 안타까운 이유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대종상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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