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아버지도 아니고'...H.O.T.라 부를 수 없는 H.O.T.

'홍길동 아버지도 아니고'...H.O.T.라 부를 수 없는 H.O.T.

2018.10.15. 오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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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아버지도 아니고'...H.O.T.라 부를 수 없는 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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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다시 뭉친 가요계의 전설 H.O.T.는 10월 13·14일 잠실 주경기장 공연을 매진시키며 약 10만 명의 팬을 동원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연에 H.O.T.라는 이름은 없었다.

H.O.T.의 공연은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져스 콘서트' 라는 긴 이름으로 주최됐다. H.O.T.는 본래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져스(High-five of teenagers)의 약자다.

멤버들 역시 13일 공연에서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져스의 콘서트에 오신 걸 환영한다"며 본인들을 "건장한 다섯 남자"라고 소개했다. 내막을 아는 팬들은 웃었지만 일부 관객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였다.

'홍길동 아버지도 아니고'...H.O.T.라 부를 수 없는 H.O.T.

내막은 이렇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명과 관련한 저작권, 즉 상표권은 기획사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에는 상표권 관련 의식이 희미해 H.O.T.이름의 상표권을 당시 임원이었던 김경욱(현 씽엔트테이먼트 대표) 이사 개인이 등록했다.

김경욱 대표는 이수만 대표가 회삿돈을 유출한 혐의로 도피 생활을 하다 구속된 사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 시기 SM엔터테이먼트는 새롭게 내보낸 걸그룹들을 모두 실패해 주식이 1/5토막 나며 암흑기를 겪었다.

H.O.T.의 이름으로 콘서트를 하려면 상표권자인 김 대표측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지난 8월 김 대표는 공연 주최사인 솔트 측에 거액의 사용료를 요구했지만 양측은 상표 사용료를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김경욱 대표가 등록한 H.O.T. 상표권은 1996년 10월 출원됐으며 만료일은 2028년 6월 2일까지다. 상표권이 풀리기까지는 무려 10년이 더 흘러야 하는 셈이다. (그때면 H.O.T.의 막내도 쉰 살이다.)


'홍길동 아버지도 아니고'...H.O.T.라 부를 수 없는 H.O.T.

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H.O.T.의 이름 외에도 비슷하게 발음되는 명칭과 로고, 폰트 등 수천 개의 H.O.T. 관련 콘텐츠를 등록 시도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등록이 거절되거나 소멸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상표권이 유효하다.

'홍길동 아버지도 아니고'...H.O.T.라 부를 수 없는 H.O.T.

H.O.T.가 분쟁을 피하고자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져스'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열자 김경욱 대표는 지난 9월 18일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져스' 마저 상표권으로 출원했다. 만약 이 이름이 심사를 통과하면 H.O.T.가 내년에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는 분쟁을 피할 또 다른 이름을 찾거나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홍길동 아버지도 아니고'...H.O.T.라 부를 수 없는 H.O.T.

비록 H.O.T.의 이름으로 공연을 열지는 못했지만, 관객들은 17년 동안 축적된 에너지로 H.O.T.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다. 앞으로 다섯 명이 어떤 이름으로 콘서트를 연다 한들 이들이 H.O.T.라는 사실을 모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H.O.T. 팬들은 2019년에도 공연이 이어지길 바라며 이미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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