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살인' 또 다른 유가족, 상영 지지 "세상 밖으로 나와야"

'암수살인' 또 다른 유가족, 상영 지지 "세상 밖으로 나와야"

2018.09.27. 오후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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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 또 다른 유가족, 상영 지지 "세상 밖으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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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이 유가족의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으로 개봉 전부터 논란을 산 가운데, 해당 사건과 관련된 또 다른 유가족이 영화 상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목이 집중된다.

27일 '암수살인'의 배급을 맡은 쇼박스 측 관계자는 YTN Star에 "확인 결과 글을 올린 분이 유가족이 맞다"고 밝혔다.

'암수살인'은 감옥에 갇힌 살인범(주지훈)이 숨겨왔던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며 시작되는 형사(김윤석)와 살인범의 치열한 심리 대결을 다룬 범죄 스릴러다. 이 영화는 2012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869회 '감옥에서 온 퍼즐-살인리스트의 진실은?'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07년 부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해자의 여동생이 '암수살인'이 해당 사건을 유사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영화상에서는 2007년 사건이 2012년으로 바뀌었지만 극 중 인물의 나이, 범행수법 등을 원래 사건과 똑같이 묘사하면서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수살인' 제작사는 공식 사과를 했고, 유가족과 소통하며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 상황.

이런 가운데, 해당 사건으로 '그것이 알고싶다'에도 출연했던 또 다른 유가족이 입장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그는 "2012년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다시 한번 어머니의 피해에 대해서 거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였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촬영한 이유는 하나였다"면서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사건에 주목해 결국 밝혀내셨던 형사님과 같은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처럼 힘든 시간을 아직도 이겨내고 계시는 미제사건의 가족분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라며 영화 개봉을 응원했다.

이하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암수살인'에서 단초로 삼은 사건의 실제 피해자의 아들입니다. 영화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우선 밝혀진 다른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2012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어머니의 피해사실에 대해서 거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였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촬영을 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사건에 주목해 결국 밝혀내셨던 형사님과 같은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래서입니다. 그래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에 경찰이나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편모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2003년 6월 어머님의 실종 이후 2010년이 되어서야 저는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어머님을 잃은 뒤 제가 바라본 대한민국은 너무 살기 힘든 나라였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데 가장 큰 용기를 내게 된 점이 이 부분입니다.

저는 현재 3살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저희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았던 세상보다 조금 더 좋아지고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남아있는 범죄 피해자 유가족들이 다시 슬픔을 이겨내고 세상에 복귀할 수 있게끔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을 줄이는 방법은 사회적인 관심입니다.

저도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놀랐습니다. 허나 제가 어머님의 죽음으로 인해 느낀 슬픔은 가슴에 묻고, 또 다른 피해자의 이야기가 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아직도 연유를 몰라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라도 더 풀어졌으면 합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되기 전 조금 두려웠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난 뒤 주위의 반응에 대해 겁이 났습니다. 허나 방송 이후 저희 어머님을 알고 계시던 분들과 저를 아는 지인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걱정해주시고 함께 울어 주시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사실 이번 영화가 방영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다시 한번 그때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님의 제삿날이나 어머니의 생신, 일상생활을 하면서 문득 어머니의 피해 사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면 너무 슬프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저처럼 힘든 시간을 아직도 이겨내고 계시는 미제사건의 가족분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7년만에 어머니를 찾게 해 주신 형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영화를 응원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힘겨운 일이지만 저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볼 것입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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