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집념의 파수꾼...'암수살인'이 남길 깊은 여운

[Y리뷰] 집념의 파수꾼...'암수살인'이 남길 깊은 여운

2018.09.18. 오전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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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집념의 파수꾼...'암수살인'이 남길 깊은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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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把守-).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어떤 일을 한눈팔지 아니하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 제작 필름295/블러썸픽쳐스)에는 이러한 파수꾼이 나온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건이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과 집념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말이다. 시대의 파수꾼인 그 형사가 남길 여운이 꽤 깊어 보인다.

여자 친구 살해범으로 잡힌 강태오(주지훈)가 형사 김형민(김윤석)에게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한다. 형민은 형사의 직감으로 자백이 사실임을 확신하고 태오가 적어준 7개의 살인 리스트를 믿고 수사에 들어간다. 이처럼 작품은 범인을 쫓는 형사가 아닌 가해자의 자백으로 시작부터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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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의 추가 살인은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암수사건이다. 태오는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뒤섞으며 형민을 자극한다.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럽다. 형민이 증거를 찾기도 하지만 공소를 하기에는 부족하다. 공소시효 역시 다가온다. 그렇지만 형민은 포기하지 않는다. 모두 형민에게 "강태오에게 속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태오에게 영치금을 주고, 그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이 사건에 집착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12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소개된 바 있다. 김태균 감독은 이 방송을 보고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만났다. 5년간 이어진 인터뷰와 취재 끝에 한국 영화에서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진 적 없는 암수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탄생했다.

살인범은 잡혔다. 그리고 형사가 다시 수사한다. 이 드라마틱한 사건이 영화로 재탄생됐다. 감옥 속에서 마치 퍼즐처럼 추가 살인의 단서를 흘리는 살인범과 실체도 없는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심리전과 함께 펼쳐지며 여타 형사물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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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은 왜 이 사건을 수사하는 걸까? 태오는 왜 살인을 자백하는 걸까? 두 가지의 의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극 대신 진심을, 카타르시스 대신 깨달음을 안기고 싶은 작품의 미덕이 마지막 형민의 대사를 통해 짙게 와 닿는다. 조미료 없이도 강렬하고 깊은 여운을 준다.

범죄물이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추격자와 추격을 당하는 자간의 피 튀는 싸움도 심장박동수를 높이는 추격전도, 선정적인 연출도 없다. 정장 입은 형사의 모습도 다소 생소하다. '암수살인' 속 형민은 '베테랑' '공공의 적' '강철중' 등 그간 형사물에서 그려온 형사와는 다르다. 형민은 차분하고 우직하게 사건에 집중한다. 이처럼 '암수살인'은 역수사라는 역발상과 형사물의 클리셰를 깼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Y리뷰] 집념의 파수꾼...'암수살인'이 남길 깊은 여운

집념의 김윤석과 강렬한 주지훈의 만남은 '암수살인'의 커다란 재미다. 김윤석은 끈질긴 형사 김형민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파수꾼의 면모를 그려냈다. 주지훈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범죄자의 모습을 놀라울 만큼 강렬하게 그려내며 2018년이 본인의 해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해냈다. 두 사람의 시너지가 강렬하게 맞부딪힌다. 다수의 희생자가 나오는데 그들이 그저 도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감독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오는 10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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