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②] 박서준→황보라…'김비서' 이끄는 '심스틸러'의 힘

[Y기획②] 박서준→황보라…'김비서' 이끄는 '심스틸러'의 힘

2018.07.01. 오전 10:1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기획②] 박서준→황보라…'김비서' 이끄는 '심스틸러'의 힘
AD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최보림, 연출 박준화, 이하 '김비서')의 열풍이 심상치 않다. 5.8%에서 시작한 시청률은 연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지상파까지 넘어섰다. 3주 연속 화제성까지 잡으며 수목극 최강자로 우뚝 섰다.

그 중심에는 주·조연할 것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들이 있다. 특히 박서준과 박민영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을 쥐락펴락한다. 나르시시즘조차 밉지 않은 박서준부터, 몸에 꼭 맞은 옷을 입은 듯한 박민영까지. 이들은 뻔한 멜로도 뻔하지 않게 만드는 재주로 안방극장을 제대로 홀렸다.

여기에 신스틸러(Scene stealer)의 눈부신 활약은 '김비서' 흥행을 이끄는 또 다른 원동력이다. 분량과 관계없이 분량을 뛰어넘는 이들의 열연은 빈 곳을 채우고 약방의 감초처럼 극에 활력을 더한다. 메인 요리부터 후식까지, 빠짐없이 푸짐한 한 상 차림을 펼쳐놨다. 시청자의 눈과 귀가 '김비서'로 향하는 이유다.

[Y기획②] 박서준→황보라…'김비서' 이끄는 '심스틸러'의 힘

◇ "영준이 이 녀석"…자기애조차 매력적인 박서준 매직
천상천하 유아독존. 박서준이 연기하는 이영준은 자칫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는 캐릭터다. 외모부터 경영 능력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넘치는 자기애에 남에 대한 배려는 다소 부족한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착각은 부지기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심취하며 "음, 영준이 이 녀석"하고 찡긋하는 모습에 주변에선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결코 밉지 않다. 비단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훈훈한 '비주얼' 때문만은 아닐 터. 어떤 역할에도 본인 자신의 색을 입혀 새롭게 탄생시킨 그는 이영준 역시 자기화하는데 성공한 모양새다. 그 속에서 박서준이 꺼낸 얼굴은 짠내나는 복서(드라마 '쌈 마이웨이')와 까칠한 잡지사 부편집장(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을 비롯한 전작과도 크게 달랐다.

"이영준은 내 본모습과 반대의 인물이라 촬영 초반에 스스로 굉장히 힘들었다. 실제론 굉장히 객관적이며 어떨 때는 비관적이기까지 하다"고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한 박서준. 본연의 모습을 완전히 지운 그의 남다른 노력에 한 장르에서도 다채로운 얼굴이 묻어나온다. '노력형' 박서준이 만든 부회장 이영준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Y기획②] 박서준→황보라…'김비서' 이끄는 '심스틸러'의 힘

◇ "김미소 그 자체"…'인생 캐릭터' 만난 박민영 전성시대
캔디형 여주인공 김미소를 입체적으로 탈바꿈한 박민영의 영리함도 돋보인다. 극 중 김미소는 이영준(박서준 분)을 9년간 완벽히 보좌한 '비서계의 레전드'. 늘 흐트러짐 없는 움직임과 군더더기 없는 말투로 주어진 일을 완벽히 처리하던 김비서. 하지만 사직서를 낸 후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당찬 반전까지 표현해냈다. 틈 없는 '김비서'부터 인간적인 '김미소'까지 1인 2역을 하듯 극명한 온도차도 눈길을 끈다.

'김비서'는 박민영의 데뷔 후 첫 로맨틱 코미디(로코)다. '시티헌터' '닥터 진' '힐러' 등 지금까지 필모그래피의 상당 부분을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장르물로 채워왔다. '성균관 스캔들' '7일의 왕비'도 로맨스보다는 사극에 방점이 찍혔다. 첫 로코 도전에서 합격점을 받으면서 배우로서 더 큰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캐릭터를 위해 혹독하게 체중까지 감량한 그는 내·외형적으로 단연 '김비서' 그 자체다.

[Y기획②] 박서준→황보라…'김비서' 이끄는 '심스틸러'의 힘

◇ "마음(心)까지 훔치는 신스틸러"…강기영·황보라
장면뿐 아니라 마음까지 단단히 사로잡은 '신스틸러'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극 중 두 주인공의 달달한 멜로만큼이나 이들의 등장을 기다리는 시청자가 많다. '김비서' 속 이영준의 절친이자 유명그룹의 사장 박유식 역을 맡은 강기영과 부회장 부속실 과장 봉세라를 연기하는 황보라가 대표적이다.

드라마 애청자라면 "오너야~"라는 한마디로 등장을 알리는 강기영을 기다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이영준의 모든 걸 꿰고 있으면서 유일하게 속마음까지 아는 인물이다. 사장과 오너로 얽혀있어 평소 꼼짝 못하지만 연애에서 만큼은 이영준을 짖궂게 놀리는 장면은 '김비서'의 킬링 포인트. 그런 와중 건네는 시의적절한 연애 조언은 두 사람의 사랑의 작대기가 되어주면서, 극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이끈다.

대중에는 생소한 얼굴이지만 강기영은 이미 수많은 연극 무대를 오르며 잔뼈가 굵은 배우다. 이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더블유' 등 작품을 거치며 다져온 특유의 '능청미'는 그의 전매특허와 같다. 형사면 형사(드라마 '터널'), 고등학생이면 고등학생(드라마 '고교처세왕'), 맡는 직업과 상관없이 익살스러운 입담과 능구렁이 같은 처세로 극을 생생히 돋운다. '김비서'로 재발견될 보석 같은 배우다.

[Y기획②] 박서준→황보라…'김비서' 이끄는 '심스틸러'의 힘

그런가 하면 등장부터 웃음을 유발하는 인물도 있다. 봉세라 과장을 맡은 황보라의 존재감은 단연 뚜렷하다. 우스꽝스러운 역할을 과하지 않게 소화하는데엔 탄탄한 기본기가 한몫한다. 2005년 컵라면 CF 속 '왕뚜껑 소녀'로 대중의 눈에 들었다지만 실은 동국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 2003년 SBS 1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재목이다.

단단한 기본기를 바탕 삼아 황보라는 틈새시장을 노렸다. '욱씨남정기' '불어라 미풍아' '보그맘' 을 거치며 코믹 캐릭터에 특화된 연기를 선보였다. 이런 전략은 '김비서'에서도 유효했다. 평범한 장면도 유쾌하게 만드는 힘, '김비서'에서 황보라의 진가가 빛을 발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tvN]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