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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흔들리는 청춘의 분노 그리고 발화
 '버닝', 흔들리는 청춘의 분노 그리고 발화
Posted : 2018-05-17 10:10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유통회사 알바생인 그의 어깨에는 온갖 짐이 달려있다. 어깨를 짓누르는 짐은 걸음을 휘청하게 한다. 흔들려서 청춘이라고 하지만, 이 청춘은 뒷모습만으로도 고단하다.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은 다소 찌들어있는 종수(유아인)의 모습으로 시작을 알린다. 청춘은 고단하다. 공식처럼 정립됐지만 그것이 계속되면 분노하게 된다. 종수도 마찬가지일터. 종수의 분노는 '버닝'이라는 제목처럼 발화될 수 있을까.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시'(2010)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제71회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지난 1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개됐다. 종수는 우연히 옛 고향 친구인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이후 해미가 아프리카로 떠난다. 아빠(최승호)는 분노조절장애로 공무원을 폭행한 죄로 재판을 받는다. 그렇게 종수는 고향인 파주로 내려간다. 초반에는 다소 늘어질 정도로 종수의 자연스러운 일상의 호흡을 천천히 따라간다.

 '버닝', 흔들리는 청춘의 분노 그리고 발화

해미가 아프리카에서 의문의 남자 벤(스티븐 연)과 돌아오면서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기 시작한다. 벤은 좋은 차와 좋은 집을 가졌다. 자신이 아닌 좋은 배경의 벤에게 흔들리는 해미의 모습이 씁쓸하다. 돈은 많지만 직업이 뭔지는 모른다. 마치 위대한 개츠비같다. 종수는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사는 거지? 한국에는 개츠비가 너무 많아"라고 의심한다.

그 개츠비가 어느 날 종수에게 의외의 고백을 한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비닐하우스를 태운다"며 "최근 태우고 싶은 비닐하우스를 발견했다"고 말이다. 그는 버려져 있는, 본인이 태워주길 바라는 듯한 비닐하우스를 태운다고 한다. 종수 역시 집을 나간 엄마의 옷을 태운 적이 있다. 그날 밤 어린 종수는 비닐하우스가 타는 꿈을 꿨다.

그러는 사이 해미가 사라졌다. 모진 말을 내뱉은 뒤였다. 벤 역시 해미의 행방을 모른다. 정리라고 할 줄 모르는 해미의 방이 정리돼있다. 종수는 "비날하우스를 태운다"는 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제 극은 미스터리로 바뀐다. 앞서 쌓아놓았던 다양한 내용들이 복선이 된다. 세 명의 각기 다른 청춘들의 이야기가 뭉치면서 영화가 힘을 갖기 시작한다.

 '버닝', 흔들리는 청춘의 분노 그리고 발화

'버닝'은 1983년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다. 큰 뼈대는 원작을 틀을 잘 따라가면서도 취업난과 사회 양극화 등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꼬집는 등 현실을 녹였다.

미스터리한 전개에 마치 수수께끼 같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의미심장한 대사들과 메타포(은유)들이 즐비하다. 원작과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해미의 실종 이후부터는 원작과 그 결을 달리한다. 종수의 분노와 미스터리가 만나며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전개가 펼쳐진다.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인다. 석양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해미는 아름답다. 음울한 청춘을 상징하는 듯 화면은 짙은 농도의 빛깔로 가득하다.

유아인은 눈빛부터 걸음걸이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다. 신예 전종서는 발칙함과 당돌함, 발랄함을 넘나드는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스티븐 연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벤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버닝', 흔들리는 청춘의 분노 그리고 발화

영화는 공개 직후 극찬을 받고 있다.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순수한 미장센으로 영화의 역할을 하면서 관객의 지적 능력을 기대하는 시적이고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이야기했다. 마이크 굿리지 마카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운, 쇼킹하면서도 놀라운 영화"라고 감동했다.

칸=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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