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st 칸 레터] 전통과 변화의 기로...칸영화제를 마주한 순간

[71st 칸 레터] 전통과 변화의 기로...칸영화제를 마주한 순간

2018.05.16. 오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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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st 칸 레터] 전통과 변화의 기로...칸영화제를 마주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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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영화제가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 일대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진행 중이다. 올해 칸은 제법 쌀쌀하다. 칸영화제를 수차례 다녀온 수입사 관계자는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폭우가 쏟아지고, 겉옷을 입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춥지만 칸영화제는 여전히 전 세계의 영화와 관계자들이 모이는 뜨거운 현장이었다.

첫 출장으로 마주한 올해의 칸영화제는 유독 전통과 변화 사이에 놓여있는 듯 보였다.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21편 중 단 3편만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었다. 여전히 남성 중심의 영화제라는 비판은 면할 수 없었지만 여성 영화인들의 연대가 올해 칸 레드카펫에서 이뤄졌다. 하비 와인스타인 스캔들로 촉발된 할리우드의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지지해온 케이트 블란쳇을 필두로 전 부문 심사위원을 여성 과반수로 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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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제는 레드카펫에서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는 걸 금지시켰다. 공식 상영에 앞서 열리던 사전 언론시사회도 폐지했다. 영화의 격상을 높이고 순수성을 지키겠다는 의도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영화에 대한 존중을 되살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 와중에서 격식과 형식을 타파하기 위해 레드카펫에서 하이힐을 벗어던진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돌발 행동은 눈에 띄었다.

넷플릭스와 칸영화제의 줄다리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제작 작품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프랑스 극장 사업자들의 반발을 샀다. 프랑스 국내법은 극장 상영 이후 36개월이 지나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넷플릭스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극장 동시 상영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양측은 충돌했고, 칸영화제는 올해부터 넷플릭스 영화를 경쟁부문에서 배재했다. 이에 반발한 넷플릭스는 비경쟁부문 출품을 거부했다.

물론 양측은 화해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지난해부터 칸영화제에서 이어온 전통 극장과 인터넷 플랫폼의 대립은 미래 영화 산업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야기했다. 영화의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칸영화제의 방침이 어떻게 변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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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칸영화제는 공식마켓을 통해 VR(가상현실) 콘텐츠에 대한 소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공식마켓인 마르쉐 뒤 필름(Le Marche du Film)은 세계 영화 산업의 최신 이슈를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 'NEXT'에 2016년부터 VR부문을 새롭게 개설해 세계 각국의 인상적인 VR 콘텐츠를 소개해오고 있다. 올해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VR콘텐츠인 시네마틱 VR '화이트 래빗'과 VR TOON '살려주세요'를 상영했다.

직접 방문한 'NEXT'에는 온갖 종류의 VR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이곳에 들러 VR 콘텐츠 체험을 했다. 'The NEXT VR Library'에서는 다양한 기기로 보다 실감 나게 VR 영화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예약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칸영화제에서 엿볼 수 있었던 영화와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미래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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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과 자유 그리고 전통과 미래 산업 사이의 기로에 서 있던 칸영화제.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올해 칸영화제는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여성의 권위 향상 등 변화의 기운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내년에는 어떤 방침으로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고 말했다.

칸=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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