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기득권화 되고 있지 않나"...김무열의 방향성

[Y터뷰] "기득권화 되고 있지 않나"...김무열의 방향성

2018.04.22.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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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기득권화 되고 있지 않나"...김무열의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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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넘어서도 연기가 느는 기분은 어떨까요? 전에 본 기사에서 한 피아니스트는 84살이 된 지금도 연습을 하면서 연주 실력이 나아지는 걸 느낀다고 해요. 그런 감정을 꼭 받고 싶어 더 발전하고, 또 잘하고 싶습니다."

배우 김무열은 백발노인이 돼서도 무대에 있는 자신을 꿈꿨다. 그래서일까. 그에게는 현실 안주보다 변화에 대한 '의지'가, 그렇지 않을 때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각오'가 내면 깊숙이 자리했다. 올해로 16년 차 배우는 여전히 하루 중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어렸을 때 존경하는 선배님들 작품을 보면서 막연하게 '저 나이가 되면 나도 (연기를) 잘 할 수 있겠지?'라 생각했는데...지금 보면 발끝도 못 쫓는 것 같아요. 연기에 있어선 늘 풀리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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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김무열은 영화 '머니백'을 하나의 도전이라 표현했다. 그가 대중에 선보이는 첫 코미디 영화다. 이유를 묻자 해보지 않은 장르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고 했다. 그 중 블랙 코미디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는 참 매력적이에요. 사회를 향한 은은한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잖아요.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지죠. 이 영화도 '돈이 가장 무서운 세상'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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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김무열이 맡은 민재는 한 마디로 '짠내' 가득한 청춘. 5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그가 정장을 갖춰 입고 매일 아침 출근하는 곳은 편의점이다. 밀린 학자금에 몇 년째 갚지 못한 사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궁지에 몰린 그는 어머니 수술비를 감당하기 위해 결국 도박에도 손을 댄다.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민재에게 "옳지 못하다"며 말하면서도 "그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이 고단하다는 뜻이겠죠"라며 안타까워했다.

"민재는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부분을 한두 가지쯤은 가진 인물이에요. 반복되는 악순환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취업률이 IMF 때보다 더 안 좋다고 하잖아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회 문제로 남아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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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민재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고생도 마다치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은 눈으로 등장하기 위해 촬영 내내 안면 분장을 감수했다. 오죽하면 감독이 "남자 주인공이 그렇게 나와도 돼?"라고 반문할 정도였다. 고난도 액션 장면도 직접 임했다. 특히 동작대교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해 화제를 모으기도.

굳이 고생길을 택한 건 극 중 인물에 마음이 동한 탓이다. 김무열은 절박하게 삶을 붙든 민재의 모습이 좀처럼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그에게도 뭘 해도 안 풀리는 시절이 있었다.

"학생 때였는데 집안 사정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어요. 친한 친구들까지 피해 잠적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야 할 만큼 돈이 모자랐습니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봐도 계속 낙방했고요. 그 와중에 아버지는 생전에 아주 편찮으셨죠. 감수성이 예민했던 제게 심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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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롤을 맡는 지금도 앞날을 고민한다. 그때 절박함도 유효하다. 다만 스무 살 그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어른으로 영향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 배우, 인간 김무열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는 영화 '원더'의 메시지가 유독 피부로 와닿았다.

"배우는 사회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사람을 연기하잖아요. 얼마 전 '원더'를 감명 깊게 봤어요.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관심을 이끄는 작품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죠. 이에 참여하는 일 역시 배우로서 그나마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요."

질풍노도의 20대를 지나 파고가 덜한 30대에도 그는 자신을 경계하며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 기득권화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요. 꼭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요." 작품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무대를 다시 하고 싶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계속 찾고 있죠. 기준이 늘 똑같진 않지만 예전에 캐릭터 위주였다면 요즘은 이야기에 눈이 가요.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알려드리고 싶거든요."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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