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그날, 바다'에서 떠오른 진실의 조각들

[Y리뷰] '그날, 바다'에서 떠오른 진실의 조각들

2018.04.22. 오전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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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리뷰] '그날, 바다'에서 떠오른 진실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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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왜 침몰했을까?

이 물음에 오로지 '팩트'(fact)로 답한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영화 '그날, 바다'(감독 김지영, 제작 프로젝트 부)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세월호 참사 4주기가 지났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30분경과 8시 50분경으로 사건 발생 시간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데이터는 각기 다르게 기록되거나 사라졌다. 그 과정서 소모적인 논쟁과 반목이 지속됐다.

'그날, 바다'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 물리적 관점으로 담았다. 영화는 총 6장의 챕터(chapter)로 이뤄졌다. 차근차근 근거와 논리들을 쌓아가고, 마지막에 이를 종합하는 '가설'을 제시한다.

[Y리뷰] '그날, 바다'에서 떠오른 진실의 조각들

정부는 세월호 침몰원인에 대해 '급변침에 의한 단순 사고'라고 결론 내렸다. '그날 바다'는 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2014년 4월 15일 오후 9시 세월호의 인천항 출항부터 16일 오전 침몰 순간까지를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AIS(선박자동식별장치)로 추적해 정부의 발표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고든다.

세월호 침몰 이후 많은 이들이 관심을 뒀던 건 '왜 구조를 하지 않았느냐'였다. 김지영 감독은 '왜 침몰을 했느냐'를 밝혀야지 이후의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IS는 선박의 위치, 침로, 속력 등 항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장치다. 김 감독은 직접 AIS 장치를 공부했다. AIS 데이터 분석은 물론 장치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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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부가 내놓은 AIS 기록이 아닌 AIS 원본 코드를 그대로 해석, 이 기록이 조작인지 아닌지를 판단했다. 그 결과 정부가 발표한 AIS 기록의 조작 가능성을 발견했다. 코드를 분석해 알아낸 문제적 순간들은 생존자들의 기억과 교차 검증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사고의 시점, 지점이 정부가 내놓은 결과와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세월호 선원들은 사고 시각을 번복한다. 영화는 세월호 선원들은 8시 25분~8시 30분 사이에 배가 급변침하다는 걸 느꼈다고 증언했지만, 국정원이 이들을 압박해 8시 50분경으로 다시 진술하게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항적 기록과 과학 원리, 세월호 탑승자들의 증언으로 세월호 침몰 원인을 탐사, 정부가 발표한 결과에 오류를 발견한 '그날, 바다'는 하나의 가설을 제시하며 끝을 맺는다. 정부가 '단순 사고'라고 말할 때 이들은 각종 자료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며 타당한 논거들을 제시한다.

[Y리뷰] '그날, 바다'에서 떠오른 진실의 조각들

그 가설이 100% 진실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반박할 수 없을 만큼 논리와 객관성으로 무장한 건 사실이다. 물론 단순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 수 없는 그 가설은 또 다른 의혹을 야기시키며 마지막까지 물음표를 남긴다.

'그날, 바다'를 제작한 언론인 김어준은 "민간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을 담았다. 다만 답을 내리는 건 민간인들이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니다. 국가기관이 할 일"이라며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는 시점이 오면 그때 이 영화가 타임캡슐처럼 다시 사용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날 바다에서 진실의 조각들은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 개봉 9일 만에 30만 관객이 찾아서 볼 만큼, '그날 바다'는 조각된 진실들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2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 앳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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