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메이커①] '지만갑' 이장훈 감독, 원작의 무게를 견뎌라

[Y메이커①] '지만갑' 이장훈 감독, 원작의 무게를 견뎌라

2018.04.14. 오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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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①] '지만갑' 이장훈 감독, 원작의 무게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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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메이커]는 신뢰와 정통의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차별화 된 엔터뉴스 YTN STAR가 연재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메이커스를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이때 창의적인 콘텐츠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메이커스의 활약과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 스물 네 번째 주자는 [감성] 메이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연출한 이장훈 감독입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명과 암이 존재한다. 탄탄한 스토리에 기댈 수 있지만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이 있다.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원작에 기대간다'는 안일한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 제작 무비락)는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한국 스타일로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달 14일 개봉한 영화는 '리메이크의 좋은 예'로 꾸준하게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250만 관객을 돌파했고, 아직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걸고 있다. 영화는 촉촉하고 따뜻한 감성과 함께 소소한 웃음 포인트도 놓치지 않았다. 한동안 부진했던 한국 멜로 영화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호평까지 얻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입봉작인 이장훈 감독은 "영화를 통해 관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길 원했다"고 말했다.

[Y메이커①] '지만갑' 이장훈 감독, 원작의 무게를 견뎌라

Q: 영화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소감은?
이장훈 감독(이하 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항상 꿈꿔왔던 순간들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신기하다. 만들어지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원작이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이: 당연하다. 처음부터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의 걱정과 우려도 알고 있었다. '비슷하게 해볼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래봤자 어설픈 아류작밖에 안 되겠더라. 훌륭한 원작이 있으니까 그것과는 다르게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망친다고 해도 원작이 훼손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건 영원히 존재하는 거다. 좋은 음악을 여러 가수들이 부르면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처럼 훌륭한 이야기가 리메이크되는 과정에서 조금 더 다양하게 관객들에게 전해진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지만 새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봐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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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손예진과 소지섭이 '잘 어울렸다'는 평이 많았는데?
이: 캐스팅을 시작할 때 짰던 전략이 있다. 여자 배우를 먼저 정하고, 남자 배우를 찾자는 거였다. (손)예진씨가 독보적이었고, 무조건 잡고 가고 싶었다. 다행히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고 캐스팅이 됐다. 이후 예진씨한테 어울리는 남자 배우를 찾았다. (소)지섭씨와 예진씨의 그림이 너무 예쁘더라. 기본적으로 두 분이 중심을 잘 잡아줬기 때문에 다른 부분도 빛났을 것이다.

Q: 두 사람과의 호흡은?
이: 난 완전 신인이고, 그들은 베테랑이다.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소통이 잘 됐다. 그들은 주도권을 가지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어떻게 하면 영화가 재미있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뿐이었다. 항상 느끼지만 나는 운이 좋다.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Q: 배우들이 감독에 대해 '현장을 너무 좋아했다'고 이야기하더라.
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른 분들에 비해서 그 현장에 가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절실하게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일을 잘했다. 특별히 화낼 이유도 없었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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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사람의 아들을 연기한 김지환이라는 친구가 돋보였다. 눈물을 쏙 빼게 만들었는데?
이: 오디션을 봤다. 연기를 아주 잘하지 않아도 아이다운 모습을 원했다. 그게 중요했다. 안쓰럽지만 사랑스러워야했다. 사실 (김)지환이는 연출부가 진행한 오디션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오디션장에서 주위 신경을 안 쓰는, 진짜 아이 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연기는 하다보면 되겠다 싶었다. 눈빛이 좋았다. 예진씨, 지섭씨도 지환이를 마음에 들어 했다. 운명이었다.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쳤다. 지섭씨가 아이를 계속 돌봐줬다. 힘들고 지쳐도 같이 놀아줬다. 이렇게까지 아역이 비중이 큰 영화는 많이 없지 않나. 지환이에게도 큰 기회였고, 지환이를 만난 우리도 행운이었다.

Q: 다 자란 지호가 박서준이라서 놀랐다.
이: '지호가 잘 자랐구나'를 표현하기에는 완벽했는데, 지섭씨와의 나이차이가 걸렸다. (박)서준씨도 '괜찮겠어요?'라고 먼저 물었다.(웃음) 물론 서준씨가 아닌 다른 배우가 나와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면 영화의 여운은 남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가는 분들이 웃었으면 했다. 어이없는 실소라도, 황당한 웃음이라도 좋았다. 다시 힘든 현실로 돌아가지 않느냐.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에 관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길 원했다.

Q: 소지섭 아역으로 출연한 이유진에 대한 호평도 많았는데?
이 : 그 친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많더라. 계속 해서 보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나 연기는 아니었지만 매력이 많았다. 배우로서 타고난 것이 있었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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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속에서 비가 참 많이 내렸다.
이: 사실 촬영 장소가 비를 뿌리기에는 최악이었다. 산속이었는데 살수차가 빠져서 포클레인으로 끌어올린 적도 있었다. 쉽지가 않았다. 스태프들도 고생이 많았다. 항상 젖어있었다. 그렇지만 영화의 감성과 정서 때문에 비는 꼭 필요했다.

Q: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이: 끝까지 가지고 가고 싶었던 메시지였다. 소설을 보면서 받았던 위로가 그거였다. 본인에게 소중한 사람일수록 미안함이 따라다니지 않나. 뭔가 더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인 거 같다. 나도 그런 상황에 있었고, 그때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극중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다. 내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각자 느끼는 부분들은 다르겠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전하고 싶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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