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김강우가 극과 극의 얼굴로 돌아온 이유

[Y터뷰] 김강우가 극과 극의 얼굴로 돌아온 이유

2018.03.17.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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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김강우가 극과 극의 얼굴로 돌아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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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봐도 비호감이에요. 욕먹기 딱 좋은 캐릭터죠."

아내가 죽었는데 슬픈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먼저 간 아내의 장례식보다 내연녀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느라 여념 없는 이 남자.

최근 비수기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은 아내를 죽인 이 남자, 박진한의 이야기다. 불륜에 살인까지, 누가 봐도 비호감인 이 인물을 배우 김강우가 맡았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애처가의 이미지 때문일까. 어딘가 반듯한 이미지의 그가 그리는 박진한이 무척 궁금했던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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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작품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그였지만 '사라진 밤'을 두고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원작인 '더 바디'(The Body)가 호평받았던 만큼, 리메이크작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이 상당했단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킨 건 이창희 감독의 기발한 각본. 김강우는 그 속에서 '사라진 밤' 만의 독특한 매력을 봤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무엇보다 기존의 스릴러와 다르게 범인을 드러내고 시작하죠. 보통의 스릴러라면 '결말에 이런 반전이 있었어, 놀랍지?'를 의도했을 텐데, 이 영화는 아니에요. 관객이 범인으로 지목된 남편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과정을 보게 되는데, 굉장히 신선해요. 극을 이끈다는 건 부담스럽지만, 쾌감이 더 큽니다."

입체적인 캐릭터 역시 그가 짊어진 과제였다. 박진한은 틀림없는 악역이지만, 동시에 관객의 호흡을 안고 가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띄고 있다. 김강우가 가장 고민했던 지점도 이 부분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아내 윤설희(김희애 분)와의 원치 않는 결혼 생활에 주목했다.

"캐릭터에 이해할 만한 부분이 있어야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어요. 설사 악역이라도요. 고민 끝에 두 사람의 비정상적인 결혼 생활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죠. 극 중 진한과 설희의 부부관계는 수직적인데, 여기서 진한이 얼마나 큰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을지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함축적인 대사에 작은 떨림과 분노, 스트레스가 묻어나도록 신경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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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하룻밤이라는 시간과, 국과수 사체보관실이라는 한정적 공간을 무대로 한다. 단 하루밤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지만 촬영은 3개월 동안 이뤄졌다. 이에 김강우는 영화 속 시간을 초 단위까지 나눠 캐릭터를 만들었다. 대본 옆 빼곡히 적은 타임테이블이 이를 증명했다.

여기에 시종일관 그를 살해 용의자로 지목하며 옥죄는 형사 중식(김상경 분)과 죽은 아내의 환영까지. 늘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선 진한은 그렇게 탄생했다.

"진한은 심적으로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을 거에요. 일 대 다수의 싸움이죠. 여기에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까지 있어요. 외롭지만 이를 즐겨야 했습니다. 평소에도 사람 많은 곳은 잘 안 갔어요. 외적인 변화도 꾀했습니다. 사람이 상갓집에서 하룻밤만 쇠어도 초췌해지듯 시간대별로 지친 모습이 나왔으면 했어요. 잠과 식사량을 줄였고 살도 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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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다작 배우는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그는 영화 개봉과 함께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작품 캐릭터와 지금 영화의 그것이 정확히 상반된다는 점. 해맑고 이타적인 오작두는 차가운 진한과는 다른 매력을 지녔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드라마는 오작두 캐릭터만 보고 선택한 작품이에요. 자기 삶에 집중하지만 굉장히 남을 배려하는 오작두에 애정이 갔어요.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지만 자기껏만 챙기는 요즘 우리와 참 다릅니다. 오작두를 이상하고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보지만, 이런 사람이 많아져야 좀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오작두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 참 궁금합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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