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진심으로 가득 채운 140분

[Y터뷰]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진심으로 가득 채운 140분

2018.01.16. 오전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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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진심으로 가득 채운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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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쓴 배우는 수상 소감을 말할 때마다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 연기가 부족해 (극중 배역이자 실존 독립운동가) 송몽규 선생님께 죄송했다. 그래서 처음 '동주'를 보고 많이 울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수상자임에도 자신에 대한 평가가 유독 박했던 그는, 배우 박정민이었다.

정확히 2년 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제작 JK필름)으로 돌아온 박정민은 여전히 스스로에게 엄격했다. 극중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천재 피아니스트 오진태 역을 맡아 또 한번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다. 지난 3일 언론시사회에서 터져 나온 평단의 호평에도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대신 깊은 감사를 표하며 5명의 이름을 나지막이 읊었다.

[Y터뷰]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진심으로 가득 채운 140분

바로 작년 시설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들이란다. 이들은 극중 박정민이 맡은 진태처럼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 박정민에게 집 주변 특수학교에서 봉사자로 활동했던 6개월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 듯 했다. "이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과 함께.

사실 자폐성 장애를 앓는 캐릭터는 기존 영화에서 꽤 여러 차례 그려졌다. 그럼에도 박정민의 진태는 달랐다. 그 차이는 진정성에 방점이 찍힌듯 했다. 자칫 장애인에 대한 동정심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봉사도 밝히지 않아 온 그다.

"처음에는 봉사활동도 안 하려 했어요. 낯선 사람을 불편해하는 그분들에게 제가 연기 잘 해보겠다고 다가가는 것 자체가 실례라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죠. 진태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시기, 제 연기를 위해서가 아닌 그들에 대한 예의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도 연기 할 때 개인의 특수한 행동을 포인트 삼지 않도록 특히 노력했어요. 친구들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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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조금 다른 진태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존중과 함께 그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였다. 많지 않은 대사의 대부분은 '네'라는 단답형이 채운다. 하지만 '네'라도 모두 다른 뉘앙스를 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때로는 거절의, 때로는 불만의 '네'를 의미하기도 했다.

"상대의 말을 듣고 진태라면 어떤 뉘앙스의 '네'로 대답할 지 분석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죠. 그러다보니 감정 표현에 애를 먹었다기보다 박정민이라는 사람이 진태를 보고 너무 가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이를 삼켜야 해서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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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선보인 화려한 피아노 실력도 그 책임감과 무관하지 않다. "이 영화를 통해 피아노를 처음 만져봤다"는 그가 고난도의 피아노곡을 컴퓨터그래픽(CG) 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최성현 감독은 연주 장면만큼은 배우가 직접 소화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악보도 볼 줄 몰랐던 그는 결국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대역없이 소화했다.

"저는 피아노를 아예 쳐본 적이 없으니 연습하면 그럴싸하게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하루에 기본 6시간을 피아노 앞에 앉아 있어도 안 되더라고요.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러시더라고요. '영화적으로 깔끔하고 완성도가 높으려면 CG나 대역을 쓰는게 낫지만 영화의 메시지에 있어 배우가 직접 소화하는 걸 따라가지를 못한다'고요. 다시 해보는 수밖에요."

캐릭터를 위한 집념에 진정성 있는 태도까지. 아마 수많은 창작자가 계속해서 그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정작 본인은 "왜인지 나도 모르겠다. 언제 사그라질지 모르는 인기일 수도 있다"며 불안해했지만 올 한 해만 4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4편 모두 안 할 이유가 없는 영화들이에요. 무엇보다 '이런 좋은 동료와 함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행운처럼 느껴지고요. 작년 '변산'을 촬영 때 한번 고비를 느끼기도 했지만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피곤하지 않나요. 2018년도 소처럼 일할 예정입니다.(웃음)"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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