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홍상수·김민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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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3.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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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홍상수·김민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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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이 자신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영화 후반부에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배우인 영희(김민희 분)를 사랑한 유부남 감독(문성근 분)의 입을 통해서다.

"사랑할 때,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선한 행동인가 악한 행동인가라는 분별보다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이 문장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안톤 체호프의 소설집 '사랑에 관하여'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극 중 유부남 감독이 자신이 사랑한 배우 영희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해당 구절을 읽어주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아직은 법적으로)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이 배우 김민희와의 불륜을 공식 인정했기에 더욱 그렇다. 이 배경지식을 가진 관객이라면, 극 세계의 유부남 감독과 현실 세계의 홍상수 감독을 겹쳐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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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영희와 유부남 감독이 직접 부딪히는 장면은 예상외로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와 김민희의 이야기로 해석된다.

영희를 연기하는 김민희의 대사, 주변 인물들이 영희와 유부남 감독의 관계를 바라보는 태도 때문이다.

"내가 좀 솔직하잖아. 솔직해야 돼. 그 사람 자식도 있거든. 자식이 진짜 무서운 것 같아. 나 그 사람 사랑해." (김민희 대사 中)
"자기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하면서. 서로 좋아하는 걸 불륜이래." (권해효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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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 현장에서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나도 그런 대우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김민희는 홍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있다. 모든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관계를 직접 인정해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어쩌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 감독, 김민희의 '불륜 인정'보다 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작품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3월 23일 개봉.

YTN Star 김아연 기자(withaykim@ytnplus.co.kr)
[사진출처 = 영화제작전원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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