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들이 거주하는 방들 말하던 '줄행랑'

하인들이 거주하는 방들 말하던 '줄행랑'

2017.07.10. 오전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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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현우야. 너 학원 안 가고 여기 왜 있어? 너 거기 안 서!

할머니 : 왜? 무슨 일 있어?

엄마 : 아니, 현우 이 녀석이 학원을 안 가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저한테 딱 걸렸거든요. 제가 부르니까 바로 줄행랑치더라고요.

[정재환 : 저럴 땐 말이죠. 무조건 줄행랑치는 게 사는 길입니다. 하하하.]

[조윤경 : 왕년에 줄행랑 좀 쳐보신 것 같은데요.]

[정재환 : 눈치가 참 빠르시군요. 그런데 말이죠. ‘줄행랑’의 정확한 뜻은 뭔가요?]

[조윤경 : ‘줄행랑’은 원래 줄과 행랑이 합쳐진 말로 대문간에 줄처럼 길게 이어져 있는 방을 뜻합니다.]

[정재환 : 그러니까 한옥에 있는 행랑에서 나온 말이군요.]

[조윤경 : 옛날 양반집 대문의 좌우에 있던 행랑은 하인들이 거주하는 방이었는데요. 특히 세도가 높은 양반이나 큰 부잣집의 경우, 행랑을 줄처럼 늘어서게 지었는데 이걸 ‘줄행랑‘이라고 불렀습니다.]

[정재환 : 그런데 말이죠. 보통 줄행랑은 ‘도망’을 뜻하지 않습니까? 왜 그런 의미로 변한 거죠?]

[조윤경 : 옛날에 권력의 판세가 바뀌는 것을 보고 줄행랑이 있는 큰 집을 버리고 도망가는 양반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줄지어 있는 행랑채를 뜻하는 ‘줄행랑’과 달아난다는 뜻의 ‘줄달음치다‘라는 말이 합쳐져서 ’도망치다‘라는 의미로 변했다고 전해집니다.]

[정재환 :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줄행랑’입니다.]

[조윤경 : ‘도망’을 속되게 표현한 말인데요. 원래 옛날 양반집 대문 좌우에 길게 늘어선 하인들의 방을 가리키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권력이 바뀌거나 가세가 기울어 양반들이 줄행랑이 달린 집을 버리고 급하게 도망가는 모습에 빗대 표현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정재환 : 사실 곤란한 일을 당했을 때 말이죠. 줄행랑을 치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도망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조윤경 : 맞습니다.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어떻게든 풀어서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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