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누리'의 또 다른 의미

'에누리'의 또 다른 의미

2017.04.03.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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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 차표 파는 아가씨와 실갱이하네.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어 깎아달라 졸라대니 원 이런 질색.

[정재환]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어’ 이거 어렸을 때 많이 불렀죠. 오늘 재미있는 낱말풀이 단어는 ‘에누리’일 것 같네요.

[조윤경]
맞습니다. 오늘 배울 낱말은 ‘에누리’입니다.

[정재환] 
에누리는 물건 살 때 깎아 달라 뭐 이거 아닙니까?

[조윤경]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정재환] 
반은 틀려요? 에누리는 물건 깎는 거 아닙니까?

[조윤경]
요즘은 물건값을 깎는 걸 에누리라고 하지만 본래 에누리의 뜻은 ‘물건값을 깎는 것’과 ‘더 부르는 것’ 두 가지의 뜻을 지닌 말입니다. 

[정재환]
그럼 '서울구경'에서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어’는 상인들이 ‘밑지고 물건을 팔지는 않는다’라는 뜻이겠군요.

[조윤경]
상인 입장에서는 그 뜻이 맞고요. 손님 입장에서는 물건값을 깎아달라는 뜻이 맞겠죠?

[정재환] 
그러면 에누리는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습니까?

[조윤경]
‘에누리’가 처음 문헌에 등장한 건 1895년 ‘국한회어’인데요. 에누리는 베다라는 뜻을 지닌 ‘에다’의 ‘에’와 늘리다의 ‘늘이’가 변형된 ‘누리’가 합쳐진 말로 추정됩니다.

[정재환]
‘베다’는 ‘값을 깎다’, ‘늘리다’는 ‘값을 더하다’ 이렇게 해석이 되는군요. 

[조윤경]
그리고 또 한 가지! 에누리를 일본어로 많이 알고 있는데요.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사실 꼭 기억해주세요.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에누리’입니다.

[조윤경]
주로 물건값을 깎는 것을 뜻하는데요. 본래 뜻에는 물건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의미도 있습니다. 따라서 물건값을 깎거나 더 부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재환]
요즘엔 말이죠. ‘에누리’가 한자어인 ‘할인’, 외래어 ‘세일’ 여기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조윤경]
그렇습니다. 이런 말보다 순우리말인 ‘에누리’를 대신 쓰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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