빳빳하던 천이 흐물흐물…'한풀 꺾이다'

빳빳하던 천이 흐물흐물…'한풀 꺾이다'

2016.11.14. 오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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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부하 직원의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호통부터 치던 상사, 그런데 오늘은 영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남자직원 : 과장님 왜 저래? 오늘은 좀 힘이 없어 보이는데?]

[여자직원 : 승진시험에 떨어졌잖아.]

[남자직원 : 정말?]

[조윤경]
그동안 초고속 승진으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는데요. 승진시험에서 떨어진 후, 기세가 한풀 꺾였습니다.

[조윤경]
이렇게 한창이던 기세나 투지가 어느 정도 수그러지는 것을 '한풀 꺾였다'라고 하는데요. 혹시 어디서 나온 말인지 알고 계시나요?

[정재환]
그럼요. '한창 자라던 풀을 꺾었다' 이 풀에서 나온 거죠.

[조윤경]
정재환 씨 말을 들으니 진짜 그런 것 같네요. 하지만 아닙니다. '한풀'은 옛날 옷이나 이불을 손질하는 방법에서 나온 말입니다.

[정재환]
그러면 예전에는 어떻게 손질했었죠?

[조윤경]
옷이나 이불을 빨고 난 후 새 옷감처럼 곧게 펴기 위해 천에 풀을 먹였는데요.

[정재환]
아~ 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풀이 마르면서 천이 빳빳해져 쉽게 구겨지지 않기 때문이죠?

[조윤경]
맞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빳빳하던 천에 풀 기운이 없어져 흐물흐물 해지는데요. 이것을 '한풀 꺾인다'고 했습니다. 이후 '한풀'은 옷감에 풀 기운이 없어지는 것처럼 어떤 기운이 크게 올랐다가 수그러지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습니다.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한풀'입니다.

[조윤경]
기세나 투지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요. 이불 홑청이나 옷에 풀을 먹여 빳빳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 풀 기운이 없어진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정재환]
순조롭게 잘 풀려가던 일도 어느 순간 한풀 꺾일 때가 있습니다.

[조윤경]
이럴 땐 새 목표나 단기 계획을 세우는 게 한 가지 방법인데요. 작은 성취감은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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