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지혜가 담긴 음식, 신선로

선비의 지혜가 담긴 음식, 신선로

2016.08.16. 오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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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즐겁게 하는 탕'이라 하여 열구자탕 이라고도 불리는 음식 신선로!

신선로는 여러 가지 어육과 채소를 돌려 담은 후 장국을 부어 끓이면서 먹는 음식인데요.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도 최고급 요리로 손꼽히는 신선로의 시작이 사실은 검소한 선비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신선로의 유래는 당쟁으로 혼란스러운 현실 정치와 인연을 끊고 재야로 들어간 선비 정희량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497년 연산군의 폭정에 맞서 왕에게 경연에 충실할 것과 신하들의 간언을 받아들일 것을 충언하는 강직한 신하였던 그는 무오사화가 일어나 사초 문제에 연루되어 귀양살이를 하게 됩니다.

이후 유배지에서 풀려난 정희량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대접 모양의 그릇을 가지고 다니며 은둔생활을 했는데요.

이 그릇이 신선로를 만들 때 쓰여 진 것이라고 합니다.

정희량이 만든 이 그릇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수화기제 즉 물과 불의 이치를 활용해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하는데요.

정희량은 하루 동안 산과 들을 다니며 구한 채소들을 물이 담긴 그릇 주변으로 놓고 그릇의 중앙에 뚫린 구멍에 숯불을 넣어 데워서 아침과 저녁으로 두 끼만 먹으며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이 독특한 그릇은 정희량이 죽고 난 후에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그에게 신선의 기풍 있다고 해서 이 그릇을 신선로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신선로는 궁중으로 전파되면서 여러 종류의 고기와 생선에 육수를 붓고 갖가지 고급재료와 양념을 넣어 만든 요리로 재탄생하게 되는데요.

오늘날 궁중음식의 최고으뜸으로 칭해지는 신선로는 사실 검소하고 청렴한 선비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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