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 가다] 천년 한지, 미국에 가다…공예가 에이미 리

[청춘, 세계로 가다] 천년 한지, 미국에 가다…공예가 에이미 리

2016.04.02. 오후 8:3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비단은 100년, 한지는 1000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한지는 수 천 년 동안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왔는데요.

이런 한지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와서 기능 전수까지 받은 미국 동포 여성이 있습니다.

북미 대륙 최초의 한지 예술가이자 한지의 르네상스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가진 에이미 리 씨를 뉴욕 김창종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전 세계 현대 예술의 심장이라 불리는 뉴욕.

독특한 질감과 색상, 현대적 디자인으로 태어난 생활 공예품이 안목 높다는 뉴욕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크리스틴 / 관람객 : 에이미는 한나라의 문화적 전통을 담은 공예품을 부활시키는 일을 하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미국 땅에서 직접 전통 한지를 제작해 작품 활동을 하는 한지 예술가, 에이미 리 씨.

그녀의 한지 공예품은 적게는 수백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 달러에 거래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오승제 / 뉴욕 한국문화원장 : 한지를 가지고 나무를 심는 과정부터 만드는 과정,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모든 과정을 미국 쪽으로 현지화시켰고, 또 현지화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미국 사람들과 같이 작업했고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가장 잘 알려준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에이미 씨가 한지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 때인 지난 2003년, 우연히 갔던 중국 그림전에서였다.

[에이미 리 / 한지 예술가 : 박물관에서 중국 그림을 구경하는데 그때 큐레이터가 이 종이는 한지라고, 옛날 중국 작가들이 특히 한지를 좋아해서 (썼다고 하더라고요.)]

에이미 장지방 공방 사진 부족한 자료로 어렴풋이 한지를 알게 된 그녀는 본격적으로 한지와 공예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여성인 데다 동포여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장인들을 어렵게 설득해 장지방 한지 장인의 문하생이 된 에이미 씨.

이후 일 년 동안 고된 실습을 하면서 한지를 만들던 그녀는 미국에서 한지가 성장할 가능성을 발견했다.

[에이미 리 / 한지 예술가 : 특히 (미국 사람들이) 친환경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한지는 완전히 자연으로 만든 거니까. 그리고 (한지의 ) 천연 염색은 자기 집에 있는 꽃이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자연 제품을 쓰니까 아주 좋아해요.]

자연의 재료와 사람의 땀으로 만들어내는 한지의 특성을 앞세운 에이미 씨는 소셜 펀딩으로 돈을 모아, 지난 2010년 미국 최초의 한지 공방을 설립했다.

또 온라인 홍보에도 힘써 한지 공예품이 친환경적인 예술품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녀의 공방은 한해 수백 명이 찾는 문화 체험 공간이자 한지 공예를 배우려는 예술가들의 양성소이다.

그녀는 한지 공예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요즘도 대도시를 돌며 강연과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한지가 일종의 신소재로써 미국에서 자리를 잡기 바라기 때문이다.

[에이미 리 / 한지 예술가 : 작가들이 한지를 쓰면 다른 종이보다 오래가고 아주 다양한 공예를 할 수 있으니까 미술도 할 수 있고 서예도 할 수 있고, 한 원료를 쓰면서 그렇게 다양하게 하는 것은 한지밖에 없어요.]

한지가 세계인의 삶에 파고드는 새로운 천 년을 꿈꾸는 에이미 리.

그녀의 꿈과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