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불안하다!…브라질 시위

월드컵이 불안하다!…브라질 시위

2013.08.17. 오전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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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축제 브라질 월드컵이 30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64년만에 열리는 대회인 만큼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그런데 월드컵에 들떠있어야 할 브라질 사람들이 개최 반대를 외치며 한 달 넘게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브라질 김정희 리포터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정희 리포터!

축구 사랑이 남다른 브라질 사람들이 월드컵을 반대한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가 뭡니까?

[기자]

사실 6월 초 시위가 시작된 것은 상파울루 시의 버스 요금 인상 발표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100원 정도 올리는 내용이었는데요.

시 정부는 버스비를 인상하지 못하면 교육 보건 지원 예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정부가 월드컵에 예산을 쏟아붓느라 복지와 사회 기반 시설 확충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겁니다.

월드컵 예산은 280억 레알, 무려 14조 5천억 원으로 브라질이 지금까지 치른 국제 대회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인터뷰:모니카, 상파울루 시민]
"보건 문제, 교육 문제 등이 시급히 해결돼야 합니다. 그리고 심각한 폭력 범죄도 정부가 줄여야 하고요."

[앵커]

한 달 넘게 시위가 이어지면서 최근 교황의 브라질 방문 때도 치안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죠?

도심 곳곳이 어수선한 상황이다보니 동포들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전국적으로 벌어진 시위에는 지금까지 100만 명 이상 참여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부가 버스 요금 인상을 철회하면서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대규모 시위가 수그러들긴 했는데요.

지금도 리오 데 자네이루, 고이아스, 포르탈레자 등 전국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현재까지 동포 상업지역의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는데요.

다음달 7일 브라질 독립기념일을 기점으로 전국적인 시위가 예고돼 있어 동포들도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손정수, 상파울루 동포]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한인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고, 또 90% 이상이 상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요소로 인해 많이 걱정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앵커]

월드컵뿐 아니라 3년 뒤에는 올림픽도 기다리고 있죠?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이미 예산을 뛰어넘는 비용을 썼다고 하는데, 왜 이런 국제대회 개최에 열중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지난 2011년 브라질은 영국을 누르고 경제 규모 세계 6위로 떠올랐습니다.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브라질 정부는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는 국제 대회를 유치해 국가 위상을 높이고 또 경제적 수익도 얻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기반 시설이 거의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큰 대회를 줄줄이 유치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각종 시설을 짓는데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야 했고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수익은 커녕 흥행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최근 FIFA는 관중석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을 우려해 역대 최저가인 15달러 짜리 입장권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말씀 하셨다시피 브라질하면 남미의 대표적인 자원부국이자 떠오르는 신흥 시장으로 각광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브라질 경제가 어쩌다 월드컵 반대 시위가 열릴 정도로 어려워진 건가요?

[기자]

브라질은 지난 2003년 룰라 대통령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노동당이 집권해 왔는데요.

이 기간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습니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브라질은 세계 평균보다도 높은 0.53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0.5를 넘으면 폭동이 우려되는 수준으로, 빈부격차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또 경제는 빠르게 발전했지만 사회 시스템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정치권의 고질적인 부패에, 치안과 교통 등 공공 서비스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브라질 무역수지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뛰는 물가에 낙후한 생활 환경까지 더해져 서민들의 부담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인터뷰:조제 오스마우, 상파울루 시민]
"5억 헤알이 필요하다고 예산을 정해놓고 2백만 헤알만 쓰고 나머지는 부정 축재를 합니다. 이런 돈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이 부담 해야 합니다."

[앵커]

어쨌든 월드컵은 열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브라질 정부도 성난 민심을 가라앉혀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려고 할텐데, 현재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기자]

브라질 정부는 시위 사태의 발단이 된 버스 요금 인상 조치를 최근 철회했습니다.

이와 함께 앞으로 36억 달러, 약 4조 3백억 원을 상파울루 시의 도로와 배수시설, 주택 확충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정부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내놓은 임시방편이 아닐까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치권의 개혁 의지와 조속한 실천이 앞으로 개최될 국제 행사의 성패 뿐 아니라 브라질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대회 성공 여부는 세계인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최국 국민들의 참여와 관심에 달려 있는데요.

브라질 정부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희 리포터,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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