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영월 폐광촌, 빛바랜 시간 속으로의 여행

태백-영월 폐광촌, 빛바랜 시간 속으로의 여행

2015.11.13. 오후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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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영월 폐광촌, 빛바랜 시간 속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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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 ‘채굴’ ‘탄광’

빛바랜 사진과 같은 단어지만 지금으로부터 30~40년전 대한민국 주력산업이었던 광산업을 대표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현재는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어 기억 저편의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영화 ‘국제시장’에서의 파독광부, ‘무한도전’의 유재석, 차승원이 고생하며 체험한 직업이란 이미지가 전부일 것이다.

주 산업인 광업이 하락세를 걷기 시작하면서 도시는 침체되고 탄광이 하나 둘씩 폐광하며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 말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전격적으로 시작되며 광산업은 빠르게 기울기 시작했다.

사람들 일이 그렇듯 몸에서 멀어지면 기억속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사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던 태백시와 영월군 역시 혹독한 운명의 시간을 함께했다. 하지만 새옹지마라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골칫거리고 전락한 폐광과 천예의 풍경을 이용한 관광 사업을 추진하며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 국내 최대 중석 광산에서 출사의 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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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중석길에 위치한 대한중석 상동광업소(이하 상동광업소)는 강원도에 위치한 많은 폐광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출사지다.

태백-영월 폐광촌, 빛바랜 시간 속으로의 여행

그렇게 시작한 폐광 여행은 일단 시작부터 사람들이 모두 떠난 마을이 보이면서 이번 여정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상동광업소 입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기운으로 한때 대한민국 최대 중석 채굴 광산으로 불린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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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굴뚝 두 개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더 해주면서 어지간한 담력이 없다면 내부진입은 꿈도 꾸지 말라던 사람들의 말을 자꾸 떠올리게 만든다. 그렇게 겁을 먹고 들어간 건물들은 적막함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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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구멍 난 지붕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아무도 없는 내부를 한참 보고 있자니 긴 역사를 자랑하는 광업소였던 만큼 여기를 지나쳐 갔을 수많은 광부들을 그리며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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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렇게 폐광됐지만 상동광업소는 1950~60년 당시 대한민국 수출에 막대한 힘을 실어주며 궁핍한 국고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국제 경쟁력에서 차츰 밀리면서 결국 90년대 초반 폐쇄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출사의 명소로 새롭게 재탄생하면 여러 사진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국내 최초 무연탄 선탄시설 갖춘 대표 석탄 철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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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에 자리 잡은 철암역은 대한민국 탄광업의 근현대사를 모두 겪은 백전노장과 같은 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역 뒤편으로 펼쳐진 거대한 석탄산을 보고 있자면 60~70년대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 인구 3만 명이 넘을 정도로 호황을 이룬 대표역 다운 웅장함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이다.

이런 철암역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올라가야 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삼척탄광에서 캐낸 광물을 정제하는 시설을 이 역에 건설하면서 역사는 시작된다. 그런 이유에서 철암역은 인근 지역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면서 등록문화재 21호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을 보유한 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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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은 국내 최초의 무연탄 선탄 시설로, 일제 강점기 시대 건물로는 비교적 관리가 잘된 상태다. 이 때문에 근현대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그와 별개로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촬영장으로도 유명한 장소이다.

이밖에도 철암역 주변에는 다른 지역보다 탄광촌의 역사를 조금 더 쉽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 바로 철암역 바로 앞에 ‘철암 탄광 역사촌’이 있기 때문이다. ‘까치발 건물’로 불리던 철암역 바로 앞 건물들의 내부를 개조해 박물관식으로 만든 장소다.

태백-영월 폐광촌, 빛바랜 시간 속으로의 여행

까치발 건물이란 과거 60~70년대 실제 존재했던 집들을 재건한 것으로 건물 뒤편 아래쪽 기둥이 마치 까치발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달린 이름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그때 당시 생활 풍경을 보여주는 다양한 추억의 물건들이 있다.

참고로 앞 이 건물중 일명 ‘페리카나’ 건물에는 문화관광 해설사의 집으로 어린 자녀들과 찾았을 때 한번쯤 들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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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두 도시에는 과거와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과거 수많은 광부들이 흘린 피와 땀이 채취가 고스란히 남아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늦가을이 깊어지는 11월 다른 사람이 모두 가는 단풍 관광지보다는 한번쯤 적막함과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이곳도 새로운 여행지로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

트레블라이프=김초롱 kcr86@travellife.co.kr

TRAVEL TIP: 두 여행지의 경우 교통편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두 여행지를 모두 돌아본 후 자가용으로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매봉산 풍력단지가 근처에 있다.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만큼 시간을 내어서 꼭 들려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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