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 아파우는 무배추야…” 홍쌍리 매실명인, 농부의 애끓는 마음을 시에 담다

“빗물에 아파우는 무배추야…” 홍쌍리 매실명인, 농부의 애끓는 마음을 시에 담다

2016.01.06. 오후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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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쌍리 매실명인이 농민들의 애환을 시에 담아냈다.

지난 해 봄에는 가뭄에 농심이 타들어 갔지만, 가을 들어서는 유난히 비 소식이 많았다. 이때 쏟아진 비로 무, 배추 등 밭작물 수확시기를 놓치고 작물 상품화에 큰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평생을 매실 농사에 바친 홍쌍리 명인이 이런 농부들의 근심을 시로 표현해 화제다.

명인의 시에는 무, 배추를 마치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는 농부의 애타는 심정이 그대로 녹아있다. 비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제 힘으로 어쩌지 못해 그저 애만 태울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시어로 조탁했다.

비가 그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은 인간 본연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상향과도 맞닿아 있는 듯하다. 농부는 소박한 결실을 꿈꿀 뿐이다.

홍 명인은 평소에도 농민으로서 삶의 애환을 담은 노래를 작곡·작사하여 부르고, 이를 앨범으로 낸 적도 있다. ‘인생은 파도가 쳐야 재밌제이(2014)’, ‘매실 아지매 어디서 그리 힘이 나능교(2003)’, ‘밥상이 약상이라 했제(2008)’, ‘홍쌍리의 매실 해독 건강법(2004)’ 등 꾸준히 자신의 일생과 매실 건강식을 소개하는 책을 출간해왔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14호' 보유자인 홍쌍리 명인의 청매실농원에는 3,000여 개의 장독대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매실 농축액, 매실고추장 등 30여 가지의 제품이 탄생하는 산실이 바로 이 장독대이다.

홍 명인은 매화밭이 어우러진 청매실농원을 사시사철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다모’와 ‘취화선’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알려진 이후 이 곳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빗물에 아파우는 무배추야…” 홍쌍리 매실명인, 농부의 애끓는 마음을 시에 담다

다음은 홍쌍리 명인이 쓴 시의 전문이다.


「빗물에 아파우는 무배추야」

50년 무 배추 농사짐서
11월에 비가 부지런한 농부는 일할만
게으른 농부는 낮잠자기 좋을만
가을비도 겨울비도 아닌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에
총각무 배추가수나 옷이 비에 젖어 꿉꿉해서 짜증냄서
하느님 원망하는 무-배추야
가물어 이 엄마 물 뿌려줄 때 웃던 무 배추야
널 키움서 벌갱이 잡고 밭 멤서 힘들었지만 재미 있었제
비-구름에 무-배추잎은 누렇게 떠서 아파서 울고 있는데
내아들 딸 무 배추야
마음 아푼 이 엄마는 니들 우산 되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서 우짜노
하느님요 무슨 사연 그리 많아 날마다 우심니꺼
인자 좀 그만 우시소
흙을 밥으로 사는 우리 농부들은 우짜라고 자꾸 웁니까
무-배추에게 햇빛 보약을 주시어 건강한 삶을 주소서
오 하느님이시여

2015. 12.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YTN PLUS] 취재 강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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